일반인 중에는 다른 사람의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 신체부위를 추행했을 때만 성추행이 성립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강제추행, 준강제추행, 공중밀집장소추행 등 성범죄 사건에서 추행의 구체적 모습이나 형태는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전공의 A는 주점에서 회식을 하던 중 테이블에 엎드려 있는 후배에게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양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를 만졌다. 주점에서 나와 일행들과 함께 걷던 중 뒤에서 피해자를 갑자기 껴안기도 했다. 나아가 같은 날 늦은 밤 A가 여성 전공의 숙소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본 피해자가 방을 나가려고 하자 A는 피해자를 나가지 못하게 막고 폭행하였다.
이에 A에게는 강제추행 및 폭행죄 혐의가 적용됐다. 원심은 A가 피해자를 갑자기 껴안은 행위는 강제추행으로 인정하면서도 주점에서의 행위는 무죄로 판단하였다. 검사는 원심이 주점에서 피해자를 추행한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이 사실오인이라며 항소했고, A는 원심이 결정한 300만 원의 벌금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A의 바람과 달리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검사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A가 피해자의 상급자이며 6개월간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사이였던 점, A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피해자의 가슴을 만진 전력이 있었던 점, 주점에서 A의 행동을 본 일행들이 “동영상 찍을까?”, “너희들 그러다가 뽀뽀하는 거 아니야?”와 같은 반응을 보였던 점, 주점에서 나와 피해자를 추행한 점, 야심한 시각에 숙소에 침입해 피해자를 폭행하기까지 한 점 등을 고려하였을 때 A의 행위가 추행에 해당함은 물론,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2015노2213)
법무법인 한음 조현빈 형사전문변호사는 “추행이란 타인의 의사에 반하여 그 사람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 일체를 의미하므로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 대할 때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신체부위’가 따로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대표적으로 피해자를 협박하여 음란한 사진을 보내게 하는 행위나 밀폐된 공간에서 음란한 행위를 강제로 목격하게 하는 행위도 강제추행으로 인정된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현빈 변호사는 “혹 억울하게 강제추행 혐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전문지식 없이 주관적인 판단이나 피상적인 법리 이해로 성범죄 수사에 대응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