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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일 외교, 최소 8개월 얼어붙을수도
강제징용 배상·화해재단 해산
양측 냉각국면 장기화 불가피
내년 G20까지 정상화 힘들듯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통보하면서 한일 외교 경색 국면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연치 않게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을 해야 한다’고 선고한 사건까지 겹치면서 한일관계 냉각은 불가피해졌다.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연내 방한은 물건너 갔고, 한일 외교 정상화는 최소한 내년 6월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까지는 순연될 전망이다.

우리 외교부가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일본 측에 통보한 것은 예고된 측면이 강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아베 총리와 만나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고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적으로 재단 해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혜롭게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매듭’은 결국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을 의미했고, 2018년 연말 한국 정부는 공식 외교부 라인을 통해 일본 측에 ‘재단 해산’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을 해야 한다는 선고를 내놓은 것은 한일 관계 악화에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는 곧 1965년 이뤄진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역사문제와 한일현안은 분리 대응한다는 투트렉 전략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정부가 민관공동위원회 협의체를 만들어 후속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일본과의 협상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포석이다. 인접국인 일본과 역사 문제를 방아쇠삼아 의도적으로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계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2005년 한일협정 문서 공개 당시 후속대책 논의를 위해 구성했던 민관공동위원회 형식의 기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 합의 파기’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라는 두가지 한일 관계 이슈가 동시에 불거지면서 양국의 대응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6년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때와 마찬가지로 주일대사의 일시 귀국이나 소환 등 일본측이 외교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본 기업의 일부 철수 등 외교 사안이 경제 사안으로 확장될 개연성도 있다.

‘위안부 합의’ 문제로 야기된 한일 외교 관계 경색이 한미일 동맹이 삐걱대는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엔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문재인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에도 일정 부분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미국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 입장을 존중한다는 기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 관계가 나빠질 경우 일본측의 손을 들어줄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 외교가의 공통된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것 역시 미국측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기에 거칠고 또 빠르게 ‘합의까지’ 진행됐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될 경우 이를 타개할 방책으로는 결국 정상외교가 꼽힌다. 내년 6월 오사카에서는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데 이를 계기로 악화된 한일 관계를 정상화할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났던 장면마다 불거진 ‘묘한 긴장관계’는 양 정상의 만남 자체를 양국 관계 정상화로 읽기에는 무리라는 평가도 있다. 문 대통령은 올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때 아베 총리를 만나 “아베 총리의 말씀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될 때까지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의 주권의 문제다. 이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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