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한국 대학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곧 대학진학 희망자의 수가 대학의 입학정원보다 적어져서, 등록금에 의존하는 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부는 앞으로 3년 안에 38개의 대학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사실 정부는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오래 전부터 대학 평가를 통해 대학 입학 정원의 점진적인 축소를 유도해 왔으나,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 같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즉 이제 정부에 의한 연착륙은 너무 늦었고, 냉혹한 시장 원리에 의한 고등교육 시스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리라는 예상이다.
더구나 학령인구의 감소만이 한국의 대학들을 벼랑으로 내 모는 요인은 아니다. 지금부터 20여년 전 미국의 유명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30년 후 대학 캠퍼스는 역사적 유물이 될 것이다. 현재의 대학은 살아남지 못한다”라는 폭탄선언을 한 바 있다. 즉 인터넷 통신과 이를 이용한 원격 강좌의 발달로, 지금처럼 대학 캠퍼스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교수들이 교실에서 강의하는 대학 교육의 형태는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서 결국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이제 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퍼져가면서 이런 현상은 국경을 뛰어넘는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심지어 현재로서는 MOOC를 유수한 대학들이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인터넷 강의를 판매하고 수강생 학위도 인증하는 상업적인 기관들이 전통적인 대학을 대치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배치되는 현상도 보인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소위 명문대학을 들어가려는 학생들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어, 피터 드러커의 주장과는 달리 이들 명문 대학의 캠퍼스가 없어질 징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세계적으로는 경제발전에 따라 특히 개도국 중심으로 대학 교육을 받으려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세계적 고등교육 시장은 오히려 커져 현재 1억 6천만명인 대학생 인구가 15년 뒤에는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실제로 일부 한국 대학에는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으로 유학 오려는 외국 학생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대학은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대학이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의 아리조나 주립대학 (Arizona State University : ASU)은 그 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미국 대학’ 모델을 표방하는 ASU는 전통적인 대학의 학과 시스템을 넘어서 ‘지속가능성 학부’ (School of Sustainability) 이나 ‘예술과 과학의 학제간 대학’ (New College of Interdisciplinary Arts and Sciences) 같은 학제간 교육 연구 조직을 만들었다. 이같은 혁신을 통해 많은 외부연구비의 수주와 창업에 성공하고, 유학생과 온라인 수강생 유치 등을 통해 수입을 늘리면서 주립대학이지만 주정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재정 자립에도 성공하고 있다.
결국 요체는 특성화와 다양화이다. 대학 나름의 특성을 살려 학생들이 가고 싶은 대학만 만들면 위기는커녕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은 아직도 과거와 다름없는 천편일률적인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있고, 교육부의 구조조정을 위한 대학평가도 획일적인 기준을 사용해 오히려 대학의 다양성을 옥죄고 있다. 이래서는 한국 대학의 미래가 암담하다. 우선 대학 당국자들이 정신차려 획기적인 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물론 이미 혁신에 성공한 ASU를 따라갈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이를 뛰어넘어 이제 교육에서도 한국 대학들이 고유한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경구대로 한국의 특성을 잘 살려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적으로 영향이 커져가는 한류를 이용한다든지,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압축된 산업화와 민주화의 경험을 개도국에 수출한다는지, 심각한 고령화 양극화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다든지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러한 노력에 정부 당국도 발맞추면 금상첨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