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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산행 불청객①]‘산악 바이크족’ 무법질주…가을 등산객은 ‘부글부글’
가을철 서울시내 산을 찾는 발걸음이 잦아지는 요즘 길목 곳곳을 누비는 ‘바이크족’이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이나 제지 근거가 없어 행정당국도 소극적으로 대응중이다.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사진=산림청]

-등산 바이크족에 산 곳곳서 ‘아찔’
-불쑥 튀어나와 두 발 등산객 위협
-등산로 질주해도 법적 제재 한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완연한 가을이 찾아온 10월 중순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아차산을 올라가던 김모(29) 씨는 아찔한 일을 겪었다. 시선을 땅에 두고 걷기에 집중하던 중 갑자기 튀어나온 자전거와 스친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린 뒤 주위를 둘러보니 문제의 자전거는 흙먼지만 내뿜고 사라진 후였다. 얼마 후엔 아예 10대는 넘을직한 자전거 군단이 내리막길을 질주했다. 그와 주변 등산객은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려야 했다. 이 씨는 “언제 어디서 자전거가 튀어나올지 몰라 무서웠다”며 “등산객이 많은 가을철에 자전거로 산을 찾는 것은 누가 봐도 민폐”라고 토로했다.

가을철 서울시내 산을 찾는 발길이 잦아지는 요즘 길목 곳곳을 누비는 ‘바이크족’이 등산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지만 현행법상 자전거 입산을 막을 길은 없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이나 행정당국도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중구 예장동 남산공원을 가보니 심심찮게 자전거가 보였다. 대부분 등산객을 앞지르고 심지어는 역주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곳곳에서 ‘자전거 사고 잦은 곳’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있었지만 일부는 시속 30~40㎞로 내달리는 상태였다. 주민 주성민(29) 씨는 “긴장을 풀러 온 산에서 자전거 때문에 되레 긴장을 바짝하고 있다”며 “밤이 되면 전조등도 없이 ‘폭주족’처럼 질주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자전거를 타는 국내 자전거 인구는 1300만명 이상이다. 특히 스릴과 재미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산악자전거는 국내 자전거 시장의 40%를 차지할만큼 보급률이 늘고 있다. 산 속 ‘바이크족’ 습격이 이어질 것이란 방증이다.

문제는 제재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자전거는 입산 금지 대상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무턱대고 통제할 수 없다. 한때 서울 서초구 우면산에 자전거 출입을 막는다는 현수막이 걸렸다가 다시 떼어낸 일이 벌어진 점 또한 이 때문이다. 자치구 관계자는 “등산객의 자전거 관련 민원은 심심찮게 들어온다”며 “다만 통제 대상이 아닌만큼 계도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몇몇 자치구는 관내 산과 공원 내 ‘자전거 운행주의’ 등 안내문을 달고 캠페인을 벌이는 궁여지책으로 대응중이다.

일부 지역에선 자전거의 입지가 줄어들긴 했다.

서대문구는 지난 7월부터 보행자 안전을 명목으로 봉원동 안산자락길에 한해 자전거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6개월간 계도기간을 둔 후 그 이후 어길시 과태료 3만원을 매길 방침이다. 하지만 이 조치도 생명력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바이크족’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자전거만 보면 소리치는 등산객을 보면 범죄자가 된 듯해 억울한데, 행정당국도 무리하게 숨통을 조인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산 속에서 두 발과 두 바퀴 간 갈등이 생겼다면 자전거 운전자가 더욱 주의하는 문화가 굳어져야한다고 강조한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일반도로나 자전거전용도로와 달리 등산로는 자전거를 피할 공간이 현저히 부족하다”며 “보행자 우선주의에 따라 양보하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자전거족이 말하는 억울함도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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