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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 학원가 내신 전쟁②]“방학엔 수능준비 올인”…겨울방학, 기숙학원 가는 ‘예비 고3’
[사진=헤럴드경제DB]

-학기 중에도 ‘기숙학원’ 알아보는 학부모 늘어
-“학기 중에 내신 집중하느라 수능 대비 못했다”
-정작 학교에서는 “기숙학원 단점이 더 많아”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강남의 한 유명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2학년 정모(17) 군은 벌써 오는 겨울방학 계획이 확정됐다. 부모님이 평소 다니는 학원의 권유에 따라 이른바 ‘예비 고3 기숙학원’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정 군이 “굳이 방학 내내 기숙학원까지 다닐 필요가 있느냐”고 했지만, 학기 중 내신 준비 탓에 다음해 수능을 거의 준비하지 못했다는 부모님의 말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내신 준비를 담당하던 학원에서도 “방학 중에는 수능 공부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다”며 기숙학원 등록을 권장했다.

정 군은 “나중에 얘기를 듣고 보니 예비 고3을 위한 기숙학원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주변에 많았다”며 “재수생이 기숙학원에 등록한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아직 고3도 아닌 내가 교외의 기숙학원에 들어가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오면서 때 아닌 ‘예비 고3’들의 기숙학원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수능이 이른바 ‘불수능’이었던 데다가, 학생부 관리 등으로 학기 중에 수능 준비가 소홀했다는 학부모들의 불안을 파고들어 재학생 대상 기숙학원에는 올해도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재학생 대상 기숙학원은 대부분 방학 중 합숙 형태로 이뤄진다. 오전 6시에서 시작해 하루 평균 공부시간만 13~14시간에 달하지만, 방학 동안 수강료가 200~3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그러나 비싼 가격에도 방학 기숙학원은 매년 수강생이 늘고 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지난 방학 때도 ‘섬머스쿨’이라는 이름으로 수백 명의 학생이 기숙학원에 등록했다”며 “수강료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그만큼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에 매년 수강생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2학년 딸을 두고 있는 학부모 이모(49ㆍ여) 씨 역시 오는 겨울방학에 맞춰 기숙학원 등록을 고민 중이다. 지난 2017학년도에 이어 지난해 수능도 난이도가 높은 ‘불수능’으로 출제되면서 이 씨의 불안은 더 커졌다.

이 씨의 자녀는 학기 중에도 매일 학원을 다닌다. 그러나 학원에서도 기숙학원을 추천하고 있다. 높아진 학생부 비중 탓에 수능 준비가 소홀할 수 있느니 방학 때 수능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더 좋다는 얘기다. 이 씨는 “학생부 비중이 높아도 수시전형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말에 등록을 고민 중”이라며 “기숙학원이 아무래도 공부량이 많다 보니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기숙학원에 대해 회의적이다. 한 고등학교 입시담당 교사는 “학교에서 방학을 앞두고 매번 ‘기숙학원 등 과도한 사교육보다는 적절한 대외활동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내지만, 기숙학원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점차 늘고 있다”며 “정작 기숙학원에 다녀온 학생들이 도중에 도망치는 등의 문제가 반복돼 학부모들 스스로 역효과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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