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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정호의 현장에서] “냉면이 목구멍…” 총수들에 면박…리선권에 말 한마디도 못한 정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정상회담을 수행한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말한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뒤늦게 밝혀졌다. 당시 식사 테이블엔 손경식 경총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앉아 있었다. 아무리 농담으로 한 말일지라도, 무례를 넘어 무식함 그 자체다. 게다가 이런 어이없는 행태에 말 한마디 못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더욱 기가 차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북측에서 남북관계에 전체적으로 속도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조 장관의 해석이 맞다면, 우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대북 투자를 하기까지는 한참 멀었다는 것을 북한 스스로가 반증한 셈이다.

지난 20년간 핵 개발로 만든 비정상적인 상황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놓은 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모두 해제되는 것이 대북 투자의 제1 선결조건이다.

그런데 북한은 스스로의 위치를 파악조차 하지 못한 채,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냐’며 면박을 주고 투자 확답을 압박하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지 깨우침이 있을 때 그나마 대북제재 위반 없는 초기 단계 투자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층이 지금 현실에서 벗어나 발전을 원한다면, 국제 경제 질서 편입은 필요불가결한 요소다. 이를 위해서는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가 내린 제재를 스스로 풀어야 한다. 그리고 세계를 향해 낮은 자세로 투자를 호소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빈 땅에 있는 것은 사람 뿐인 나라에서 ‘우리민족끼리’만 뭘 하겠다고 나선다면, 돌아오는건 공멸 뿐이다. 해외에서 원재료를 사와 부가가치를 더해 내다 팔고, 여기서 나온 이익으로 발전된 삶을 누리는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질서를 이해 못하는 이들과 합작은 ‘필망’ 뿐이다.

우리 정부도 진정으로 ‘불가역적인’ 남북관계 발전과 경협을 희망한다면, 이런 점을 북한에 똑바로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그 첫번 째 행동은 리선권과 같은 북한 관료들의 황당한 인식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리선권의 발언을 국감에서 지적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런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데 짚어주는 게 필요하다. 국민들의 자존심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조명균 장관도 “그런 부분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 생각은 했다”고 인정했다. 황당한 말을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고 내뱉는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생존이 최우선 과제인 기업이 절대로 해서는 안될 일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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