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법 공개조항’…때에 따라 다른 적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전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29)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흉악범죄자의 신상 공개를 둘러싼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비슷한 시기 발생한 ‘강서구 전처 살인’ 사건의 피의자 신상도 김성수처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속속들이 나온다.
26일 청와대 국민소통광장 국민청원및제안 게시판에는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에서 전처를 잔인하게 살해한 피의자 김모(48) 씨의 신상도 공개하라는 청원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 청원인은 “이혼하기 전까지 부인을 학대한 것도 모자라 처가 식구들까지 협박하고 이혼한 후에도 부인을 집요하게 찾아다닌 끝에 날카로운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피해자를 폭행한 것도 모자라서 끔찍하게 살해한 범인의 신상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론은 김 씨의 자녀들까지 나서 아버지의 사형을 청원하고, 각종 언론 인터뷰에도 나서는 상황에서 김 씨의 신상을 계속해서 비공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아해하고 있다. 피의자 신상공개 원칙에 부합하는 사건임에도 지나치게 범죄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신감정을 받기도 전에 얼굴을 공개한 김성수 사건과도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김 씨의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은 현재까지 낮다. 경찰은 피의자와 피해자의 세자녀의 신상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구체적 범행동기 등을 밝히기 꺼려왔다. 김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5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으로 이동할 때에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전국민적 공분과 뚜렷한 범죄 혐의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이유를 들어 피의자 신상을 비공개한 사례는 예전에도 있었다.
전처의 자식을 학대하다 죽이고 암매장한 ‘원영이 사건’(2016)의 계모와 친부의 신상 역시 원영이 누나의 신상보호를 이유로 들며 비공개했다.역시 아동학대 사건인 ‘고준희 양 사건’(2017) 때도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친부 고모씨(37)을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신안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2016) 때는 지역감정과 지역사회 평판 저하 등을 이유로 피의자의 신상을 비공개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7명의 부녀자를 연쇄 살해한 강호순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피의자 신상공개의 요건은 비교적 복잡하지 않다. 2010년 4월 신설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한 경우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닌 경우 등 조건을 갖추면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나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이같은 원칙에 따라 현재까지 강호순, 김길태, 김수철, 오원춘 등의 신상이 공개됐다. 김성수 이전 최근에는 지난 8월 경기 안양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노래방 손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혐의를 받는 변경석의 신상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