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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차례 말바꿈에 흔들리는 신뢰…빈 살만-트럼프 커넥션 계속 이어질까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EPA연합뉴스]

- 사우디 검찰 “의도적 살해 정황 있어”
- 트럼프 “최악의 은폐” 태도 변화
- 터키 “살인 용의자, 터키서 재판받아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사건 배후를 놓고 ‘진실공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5차례나 이어지는 ‘꼬리 자르기’식 해명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긴밀했던 관계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우디 안보의 핵심인 미국의 지지가 약화하면 사우디 정국도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간) 사우디 검찰은 “터키 측 정보에 따르면 용의자들이 카슈끄지를 사전 계획해 의도적으로 살해했다는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카슈끄지의 사망이 ‘우발적 주먹다짐’이었다고 주장한 지 닷새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 동안 사우디는 5차례에 걸쳐 카슈끄지 피살 사건에 대한 해명을 변경해왔다.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실종된 카슈끄지 행방과 관련해 처음에는 영사관 밖으로 나갔다고 선을 그었으나, 이후 우발적 범행, 계획된 살인 등으로 사우디 정부가 연루됐을 가능성을 높여왔다.

이를 두고 터키 측에서 폐쇄회로(CC)TV 화면, 녹취록 등 증거를 잇달아 공개하자 사우디가 더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기 어려워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 검찰은 왕실의 지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의 실질적 배후로 지목되며 국제적 비난 대상이 된 빈 살만 왕세자가 권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해 사촌형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몰아내고 왕세자 자리에 앉았다. 그해 왕자 11명, 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명을 체포하며 사우디의 모든 권력을 손에 쥐었다.

미국과는 안보ㆍ사업관계를 부각하며 ‘중동의 맹주’ 입지를 굳혔다. 사우디는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안보ㆍ첩보작전 등에 있어 미국의 주요 파트너다. 미국으로서는 내달 이란의 석유 수출을 제한하는 데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의 도움이 필수다. 1000억달러 규모를 웃도는 무기 판매계약, 미 채권 보유 규모 등도 무시할 수 없다. 빈 살만 왕세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양국에서 각각 만찬 회담을 할 정도로 친밀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양국 관계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사건 초반만 해도 ‘사우디 감싸기’에 열을 올렸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악의 은폐”라며 태도를 바꿨다. FT는 “빈 살만 왕세자의 설명이 계속 바뀌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믿음도 흔들렸다”고 전했다.

수위가 높아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사우디의 현 체제를 포기한 것인지, 다가온 중간선거를 의식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미국의 태도 변화는 사우디 정국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왕가 내 반 무함마드 봉기 가능성 등을 위험으로 지목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여전히 이번 사건과 ‘거리두기’에 노력하고 있다. 그는 전날 미래투자이니셔티브의 패널 토의에 나와 “카슈끄지 살해는 추악하고 악랄한 일이며 모든 사우디인과 전 인류에게 애석한 일”이라며 “나는 중동이 ‘세계 지도자’, 새로운 유럽이 되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생을 끝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년간 사우디와 미묘한 경쟁 관계에 놓였던 터키는 국제사회에서 사우디를 궁지로 몰고 빈 살만 왕세자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며 역학관계 재설정에 나서고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이날 팔레스타인 외교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살인에 연루된 자들은 모두 터키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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