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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노공화국] 순간 ‘욱’ 하루 1명꼴 잔혹살해…‘분노조절장애’ 공화국
살인사건 10건 중 4건이 ‘우발적’
현대인 스트레스·도덕성결여 원인
“개인 아닌 ‘사회성 범죄’ 인식필요”


#1. 지난 6일 오전 경기 부천시 소사본동의 자택에서 이웃과 술을 마시다 말다툼을 벌이던 A(36) 씨는 갑자기 흉기로 이웃을 찔러 숨지게 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저 분노에 치밀어 저지른 우발적인 범행이었다.

#2. 지난 8월에는 부천 심곡동의 한 편의점 앞에서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B(48) 씨의 진술도 비슷했다. 편의점 앞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와 합석해 술을 마시다 벌어진 말다툼을 벌인 B 씨는 인근 횟집에서 흉기를 빌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B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가) ‘내가 더 잘 나간다. 너 같은 놈을 죽일 수도 있다’고 말해 무시를 당한 것 같아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

화가 치밀어 저지르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우발적인 분노범죄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국적인 공분을 일으킨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도 대표적인 분노 범죄 사례다. 김성수(29)는 “(테이블 청소가 되어 있지 않은 부분 대해) 그 난리를 쳤는데도 게임비 1000원도 못 돌려받아 억울하고 분한 생각이 들었다”며 “‘나만 바보 됐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라 (피해자를) 죽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김성수의 분노를 자극한 건 환불받지 못한 단 돈 1000원이었다.

지난 2016년 ‘안산 대부도 토막 살인사건’을 저지른 조성호 또한 동거하던 피해자가 청소를 자주 시키고, 나이가 어리다고 평소 무시했다는 것이 범행 이유였다.

개인적인 감정을 자제하지 못해 홧김에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우발적인 살인사건은 지난 2014년 346건에서 지난해 357건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경우 전체 살인미수 및 살인사건은 905건으로 이 가운데 화를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이 39.4%에 달한다. 살인사건 10건 중 약 4건은 분노를 참지 못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망상적 분노에서 비롯된 우발적인 분노 범죄는 대부분 잔혹성이라는 범행 특징을 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한 만큼 돌려주겠다는 보복범죄와 달리 내적으로 쌓인 분을 풀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범행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누군가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생각하는 피의자가 상대방에게 투영된 자신의 못난 자신을 보고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라며 “망상과 분노가 같은 범위에서 축적되면서 이를 해소하고자 자신이 당한 것 이상으로 잔혹하게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이 분노 범죄가 발생하는 배경에는 경쟁 사회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현대인들의 결여된 도덕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주된 의견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상담이나 취미생활 등으로 적절하게 해소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내면적인 도덕성이 저하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도덕성 수준을 높이고 라이프스타일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분노 범죄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분노 범죄가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성 범죄라는 인식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 프로파일러는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누군가 넘어지더라도 주위에서 돌봐주고 관심을 쏟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분노 범죄는 단순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성 범죄라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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