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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미쓰백’에 쏟아지는 “영혼 보냈다” 후원 물결…영화 한 편도 ‘가치소비’
[미쓰백 관람 티켓을 나눔하며 관람을 독려하는 트윗. 사진=트위터 캡처]
-“영화계 다양성 위해…작품성 높은 영화, 영화표로 후원”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영화는 당장 못 봐도 영화표는 당장 살 수 있으니까요.”

이지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한지민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 ‘미쓰백‘에 티켓 구매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반복해서 재생산 되는 남성 느와르에 지쳐있던 관객들이 개성있는 여성 캐릭터가 극을 주도하는 ‘미쓰백’에 열렬히 호응하면서다. 직접 관람이 어려운 경우에도 구석 자리 영화표를 예매해 관객수를 높이는 후원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온라인 상에서 일종의 팬덤까지도 형성하는 모양새다.

직장인 김수연(28ㆍ가명) 씨는 최근 ‘영혼만이라도 보낸다’는 미쓰백 예매 행렬에 동참했다. 영화를 직관할 시간이 없어 영화표만이라도 구입한 것. 그는 “비슷비슷한 남성 느와르에 지쳐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찾지 않은 지 오래”라며 “그런 상황에서 여배우 원톱 영화인 미쓰백의 등장이 너무나 반가웠다. 이 영화가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앞으로 다양한 성별과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영화표를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미쓰백 팬덤이 영화를 직접 관람하지 못하고 영혼만 보내는 이유는 또 있다.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기획성 작품과 달리 미쓰백은 상영관이 적고 상영회차도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영화의 초반 흥행이 부진할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도 전에 개봉관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이 우려는 미쓰백 팬덤이 형성되는 데 기여하며 오히려 전화 위복이 됐다.

미쓰백 팬덤을 자처한 한 트위터 사용자는 “개봉 첫주 성적이 부진해선 안된다고 생각해 평일 티켓을 미리 구매했지만, 직관한 건 이번주가 처음”이라며 “특정 영화관에서 특정시간대에만 상영하다보니 직관이 늦어졌다. 그 사이에도 걱정만큼 개봉관이 줄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직관보다 앞선 티켓 구매는 영화의 작품성이 호평을 받으면서 흥행에도 선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25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미쓰백’은 24일 하루동안 관객 2만8354명을 기록해 ‘베놈’을 꺾고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르는 뒷심을 발휘했다.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4위를 유지하던 성적이 입소문을 타고 뒤늦게 상승한 것이다. 지난 11일 개봉한 ‘미쓰백’은 25일까지 52만657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연일 호평받고 있는 주연 배우 한지민의 연기력도 영화 흥행에는 호재다. 한 씨는 제38회 영평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제4회 런던 동아시아영화제에서도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관객과 평론가들은 이번 작품에서야 한지민을 재발견 한 것을 두고, 그만큼 한국 영화계에서 여배우들이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미쓰백 팬덤처럼 영화계에 다양성을 요구하며 영화표를 구매하는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 에릭남 역시 지난 8월 할리우드의 동양인 차별에 반대하며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의 한 미국 상영관 전석을 통째로 예매해 팬들에게 선물했다. 백인 중심으로 돌아가는 헐리우드에서 주연 배우 전원이 아시아인인 영화가 선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당시 에릭남은 “주류 미디어에서 잘못 그려지는 아시안의 모습을 바로잡고 우리(아시안)가 얼마나 중요하고 영향력을 가졌는지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후원 이유를 밝혔다. 그는 영화가 25일 개봉하는 한국에서도 극장 대관을 통한 무료상영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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