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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지도자의 겸손과 고뇌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전국 변호사의 약 75%에 해당하는 1만8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이런 연유로 대한변협회장이 변호사회를 대표하지만, 서울지방변호사회장도 각종 법조 관련행사에 외빈으로 초대받는다. 자연스럽게 법조 관련 행사의 가장 상석에 자리 한 대법원장을 뒤에서 살펴보게 된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은 겸손하다.

참석자 중 가장 서열이 높은 대법원장은 축사도 처음에 하게 된다.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김 대법원장이 다른 외빈들의 앞을 지나서 단상에 올라가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혹시 했는데 그 이후 주의 깊게 살펴보아도 항상 똑같았다. 의도된 행동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낮추는 평소의 습관이 드러난 것으로 보여 진다. 겸손의 리더십이다.

금년 7월 부친상에도 판사들의 문상을 삼가해 달라는 공지를 하였다. 필자는 판사도 아닌데다가 근조화환 마저 반송하였기에 직접 문상을 갔다. 부의금은 받지 않고 방명록만 놓여 있었다. 더욱이 부친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를 위해 귀경했다가 내려가기도 하였다. 청렴과 책임감은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다.

언론은 권력 기관의 선행을 보도하는 것에는 인색하다. 기사화해도 별로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 대법원장에 대하여 진보와 보수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살면서 자주 느끼는 것이지만 남을 비난하는 것은 쉽다. 훈수를 두는 것은 적을 만드는 부담도 없으니 더 쉽다.

김 대법원장에게도 대략 ‘사법개혁에 있어서 우유부단하다’. ‘검찰의 수사를 허용하여 법원을 위기에 빠트렸다’와 같은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지금 대법원장만큼 법원을 바로 세우기 위해 고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도자란 원래 조직을 위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면서도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자리이다.

현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조직의 변화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한 재판제도 개선을 위하여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전 대법원장 시절에 소극적이던 형사사건의 전자소송화도 도입하였다. 하급심 판결의 공개에 대하여도 고민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법률가대회에서 대법원장은 현재의 사법부가 처한 난국을 타개할 해결책과 대안을 스스로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법원이 위기에 처했다고 검찰이나 변호사회가 ‘그동안 법원으로부터 당했던 설움과 냉대를 복수하자’라거나 ‘이번 기회에 주도권을 잡아보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법부가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진다. 그러기에 사법부의 신뢰 회복에 변호사회, 검찰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한다. 국정감사장에서 사법부를 상대로 한 수사로 법원을 쑥대밭으로 만들 의사는 추호도 없다는 서울중앙지검장의 답변도 같은 마음에서 나온 것임이 느껴진다.

역사가 말한다. 조급한 개혁도, 조급한 개혁의 성과 재촉도 모두 실패하였다고. 대법원장의 임기 6년 중 이제 1년이 조금 지났다. 역대 대법원장 가운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취임했다. 전임자가 6년 동안 추락시켜 놓은 사법부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도록 차분히 시간여유를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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