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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구걸하는 정부·하수 산은…결국 GM 맘대로
연구개발·생산분리 의미심장
산은 의지 애매 막기 어려울듯
자금지원·혜택 중단도 불가능
결국 언젠가 철수…미리 준비를

연구개발과 생산법인 분리를 두고 한국GM 사태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결국 GM 뜻대로 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냉정히 보면 GM 탓만 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자리를 구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수’가 너무 달리는듯 하다. 차라리 지금부터라도 생산폐쇄에 대비하는 게 현명할 수 있다. 연구개발이라도 한국에 계속 남기게 하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한국GM 왜 분할하나=2007년 8월에 개관한 청라연구소는 GM의 글로벌 3대 연구소 중에 하나다. 연구원 500여명, 총 면적 508,228㎡, 30개 이상의 주행로와 제동성능시험실, 조정안정시험실, 구조강성시험실, 환경풍동시험실, 진동소음시험실 등으로 구성돼 글로벌 신차 개발능력을 갖췄다.

GM이 한국에 향후 투자한기로 한 28억 달러는 대부분 연구개발용이다. 연구개발법인과 생산법인이 분리되면 본사 투자금이 연구개발 외에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연구개발 성과는 신설되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로 귀속된다. 하지만 본사 투자는 대출형식이다. 돈을 못 갚으면 무형자산 소유권을 가져갈 수 있다. 연구개발성과의 실질적 소유자는 GM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28억 달러의 대출도 따지고 보면 본사에서 나오는 돈은 아니다. 연구개발법인을 떼어낸 후에도 한국GM은 본사에 연구개발 분담금을 내야할 것으로 보인다. GM의 글로벌 경영 원칙이다. 연평균 6억 달러가 넘는다. 10년이면 60억 달러다. 결국 GMTCK에 들어가는 돈도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셈이다.

▶막을 의지 애매한 산은=상법상 분할 및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한국GM 주총 거부권 조건에 명시되지는 않았다. 상법상 분할 또는 분할합병으로 관련 주주 부담이 가중되는 경우 주총 결의 외에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산은이 ‘주주부담’을 입증한다면 분할을 무산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이동걸 산은 회장은 22일 국정감사에서 “분할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유일한 한국측 주주인 산은 입장이 애매하면 분할 저지는 불가능해진다.

▶줄 돈은 줘야 한다=산은이 올 연말까지 우선주 형태로 출자하기로 한 4045억원은 시설투자용이다. 집행을 늦추면 GM이 이를 핑계로 생산축소 등에 나설 수 있다. 집행을 하지 않아 합의가 파기되면 GM은 10년 체류 약속도 지킬 필요가 없다. 이 회장도 ‘국가적 반대’가 아니면 자금집행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인천시, 트럼프와 싸운다(?)=인천시가 한국GM 청라연구소 땅에 제공했던 장기무상임대를 회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임대료를 부과 해도 최종부담자는 결국 한국법인이다. 부지 제공조건을 바꿀 경우 국제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성향을 감안할 때 유리한 승부이기 어렵다.

▶한국GM 철수 각오할 때=GM의 호주 철수사례가 관심이다. GM은 머물 듯 떠날 듯 하다가 호주 정부 지원만 잔뜩 받은 후 철수했다. 결국 지원금이 없는 호주는 GM에 매력이 없었다는 뜻이다. 인건비와 효율 등을 이유로 현대기아차 조차도 국내생산을 줄이는 상황이다. GM이 한국에서의 생산에 흥미를 잃을 이유가 점점 더 많아진다. 그렇다고 계속 혈세를 퍼주며 일자리를 구걸할 수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최강에 대비할 때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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