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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리유치원 파문]“일주일 후에 나갑니다”…유치원 감사 무용론 ‘시끌’
유치원 학부모들이 2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동탄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사립유치원 비리 규탄 집회에서 피켓을 들고 유아교육 정상화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감사 전 미리 공문…벼락치기 준비
“감사기관과의 유착부터 살펴야”


“대부분 감사 나오기 전에 미리 원장한테 알려준다. 그때부터 교사들은 집도 못 가고 대청소를 한다. 물론 감사는 무조건 통과다.”

유치원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기관의 감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현직 교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교사들은 “감사 전에 미리 알려주는 짜고 치는 행태로는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질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감사기관과 유치원ㆍ어린이집 간의 오래된 유착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30) 씨는 지난 9월 매일 오후 10시까지 야근을 했다. 원장선생님이 구청에서 감사가 나온다며 청소, 물품구입 등을 시킨 것이다. 공기청정기, 가습기가 갑자기 생겼고 간식도 업그레이드됐다. 감사는 당연히(?) 무사 통과됐다. 김 씨는 “감사에 걸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위생, 환경 등 모두 엉망이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치원에 대한 감사는 매년 하는 정기감사와 수시로 하는 불시감사 두 가지가 있다. 그러나 모두 유치원 측에 미리 공문을 보내거나 전화로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문제 유치원을 잡아낸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유치원 비리 파문으로 보건복지부가 내년 상반기까지 4만개의 어린이집 전수조사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어린이집에선 교사들에 대한 입단속이 시작됐다.

서울의 어린이집에 종사하는 한 교사는 “유치원처럼 되면 안 된다면서 원장들이 교사들에게 언론에 고발하거나 어디에 글 올리지 말라고 협박하고 있다. 이번 전국 감사는 그래도 두려웠는지 벌써부터 월, 주 단위로 대책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 반응은 회의적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어린이집 교사 이모(33) 씨는 “며칠 벼락치기를 해서 감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기관도 알고 있을 텐데 서로 편하자고 그렇게 감사를 하는 것 같다. 감사기관부터 감사해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감사기관과 유치원ㆍ어린이집 간의 유착이 심각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현장 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유치원ㆍ어린이집 원장과 구청 직원들 사이엔 오래된 친분이 형성돼 있어 서로 봐주기가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한 어린이집에선 교사가 구청에 급식비리, 아동학대를 신고했지만 오히려 구청은 해당 교사를 다른 이유를 들어 해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장 교사들은 지금처럼 보여주기식 감사가 아닌 공정하고 투명한 감사로 바뀌어야 유치원ㆍ어린이집 비리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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