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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GM은 아무 잘못이 없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사업을 영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GM에는 이 회사로부터 임금을 받는 1만여 임직원, 1ㆍ2ㆍ3차 부품협력사 직원뿐 아니라 직간접 이해관계자까지 수십만 일자리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만약 GM이 한국에서의 사업을 접는다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근간은 물론 한국 경제 전체의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한국GM이 한국에서 가능한 오랫동안 사업을 영위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한국GM 노조와 산업은행은 물론 대부분의 우리 국민이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같은 염원 속에 GM은 지난 5월 산업은행과 약속했다. 내년 부평공장, 2022년 창원공장에 신차를 투입하고 향후 연 50만대 생산체제로 10년 간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LOC)이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도 지난 15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본사는 한국GM에 6조8600억원의 재정 지원을 약정했으며 신제품 개발 프로젝트 및 생산 물량을 배정하는 등 한국GM의 미래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보여줬다”고 재차 안심시켰다.

GM 입장에서 당장 한국시장 철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물론 GM이 10년 뒤 철수를 위한 수순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하는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 있다. GM의 그간 글로벌 시장에서의 행태를 보면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상기해야 할 것이 있다.

GM은 국내 일자리 창출과 유지를 위해 존재하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GM은 외국인 투자기업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정치적 상황 등에 따라 때로 고용과 손실을 맞바꾸는 선택을 하는 한국 기업들을 생각하면 안 된다.

10년 후가 아니라 20년 후라도 수익이 나고 생산성 좋은 공장이 유지된다면 GM은 나가라고 해도 안 나갈 것이다. 반면 수익이 나지 않고 노사 갈등에 힘겹기만 하다면 바짓가랑이를 붙잡아도 나갈 것이다. 그게 자본과 기업의 기본 속성이다.

GM은 이미 산은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한국GM에 투자키로 했다. 중간에 나가버린다면 자신들이 더 큰 손해를 본다. ‘먹튀’를 하기 힘든 구조다.

주주총회 장소를 봉쇄하고 파업을 예고한 노조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생존권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감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노조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 더 현실적일 수도 있다. 연구개발 법인이 분리되면 군산공장 폐쇄와 구조조정으로 1만명 가량으로 줄어든 조합원 수가 7000명까지 쪼그라들 수 있다. 군산공장 폐쇄 전 조합원(1만3000여 명)의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 복리후생과 실질 임금마저 줄어든 상황에서 회사와 반반씩 지급키로 한 군산공장 휴직자 지원금 부담도 커진다.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다면 회사도 결국 협상 테이블에 나와 손익을 따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법인분리를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생산 차질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노조에 일정 부분 양보할 가능성은 있다. 곧 시작될 내년 임금협상에서 노조가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도 있다. 다만 그건 눈앞의 이익이다. 글로벌 GM 본사가 한국 공장에 경쟁력있는 신차를 배정하고 투자를 약속한 것은 노조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높은 인건비와 노사 갈등 비용으로 다시 경쟁력이 하락한다면 GM이 다시 한국 시장 철수를 진지하게 검토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22일은 한국GM 관계자들이 출석하는 국정감사와 중앙노동위원회 판단 결과가 나오는 날이다.

분명 정치권은 국감에서 한국GM을 호통칠테고, 중노위는 노조에 합법적 파업권(조정중지 결정)을 부여할 가능성이 높다.

경영활동을 발목잡는 강성 노조와 이에 호응해주는 정치권은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한국의 매력을 더 떨어뜨릴 뿐이다.

화가 나더라도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 중국 등 개도국과 비교해 비싼 인건비를 상쇄할 수 있는 높은 생산성과 품위있는 노사관계를 갖춘 매력적인 생산기지로 거듭나야 한다. 한국GM이 생산하는 물량의 80% 가량은 수출용이다.

얄밉고 서러울 순 있지만 GM은 아무 잘못이 없다. 기업은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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