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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은 경찰의 날] 순직보다 자살자가 많은 경찰…상담인력ㆍ예산은 ‘쥐꼬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헤럴드경제DB]

-경찰 10명 중 2명, 직무 스트레스 ‘고위험군’
-상담인력 전국 고작 11명…상담센터는 9곳
-“예산 증액 절실…경직된 문화도 개선해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1. 지난 3월 대구 달서구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A 경사가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A 씨는 전 근무지에서 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앓았다. 지나친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악화되면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2. 지난해 11월 인천 남동구의 한 지구대에서 B 경위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생활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B 씨는 야간 업무 스트레스로 심한 우울증을 겪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병가를 내고 약물 치료까지 받았지만 회복이 쉽지 않았다. 결국 그는 딸의 결혼을 하루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오는 21일 제73주년 경찰의 날을 맞는 가운데 직무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찰관이 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5년간 자살한 경찰은 모두 114명으로 한 해 평균 최소 20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순직한 경찰 82명보다 훨씬 많다.

경찰은 업무 특성상 정신적 스트레스나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을 겪을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다.

연세대가 지난 2013년 경찰관 건강질병 연구 일환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찰 응답자 1만7300여 명의 20%가 트라우마 등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응답자의 82.4%가 직무 수행 도중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을 초래할 수 있는 외상사건을 경험했고, 그 중 41%가 외상후스트레스 증후군 고위험군으로 분석됐다. 일반인 남성 평균이 4.8%인 것을 감안하면 크게 높은 수치다.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속한 이들은 파출소나 지구대에 근무하는 직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업무 특성상 변사체 현장에 가장 먼저 대응하거나 악성민원 등 감정노동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적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경찰청이 경찰관의 직무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상담센터 ‘마음동행센터’를 개소했지만 상담센터 수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마음동행센터는 이날 개소한 제주 마음동행센터를 포함해 전국에 총 9곳이다. 상담사 2명이 상주하는 경찰병원과 경기남부 상담센터를 제외하곤 상담사가 각각 1명씩 배치되어 있다. 전국에 총 11명만 있는 셈이다.

상담사 인력 한계로 상담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경찰관의 수도 한정적이다. 상담사 1명이 일년 동안 담당할 수 있는 경찰관은 500여 명인데 전국 경찰 인력 11만6000여 명 중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속하는 20%인 2만여 명을 모두 담당하려면 현 인력의 약 4배가 필요하다.

경찰청은 내년에 마음동행센터 3곳을 추가 개소하는 등 장기적으로 전국에 상담센터 총 18곳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센터 한 곳당 상담사 비율도 최소 3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선 예산 증액이 필수라는 것이 경찰청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체 경찰 인력의 20%가 고위험군에 속하는데 이들을 충분히 케어하기 위해선 마음동행센터와 상담인력이 필수”라며 “현재는 예산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상담 수요가 많아도 제한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 투입과 함께 경찰 조직 내의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직되어 있는 경찰 문화 특성상 경찰관이 자발적으로 상담을 찾기까지 심리적인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경찰병원 마음동행센터의 송지연 상담사는 “경찰 직업 특성상 정신적으로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어 상담센터를 꺼리는 경찰이 많다”며 “문제를 참고 피하기보단 스스로 정신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상담센터를 자발적으로 찾는 것이 오히려 더 강하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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