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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배당에 인색한 한국 증시, 빛바랜 ‘저평가 매력’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배당확대 방침을 발표하며 기업의 주주환원 정책에 불을 붙였다. 뒤이어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올해 여름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롯데지주도 최근 신동빈 회장의 경영 복귀와 동시에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밝히며 주주가치 제고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중간배당을 위해 주주명부 폐쇄를 공시한 상장 기업은 코스피 31개, 코스닥 14개 등 모두 45개사였다. 2016년 34개사, 2017년 40개사였던 점에 비추면 배당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배당에 인색했던 한국 기업들의 배당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배당 수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 여전히 낮은 현실을 지적하며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교보증권 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배당수익률(12개월 후행 이익 기준)은 1.74%로, 싱가포르(4.0%)나 대만(3.85%), 베트남(2.28%), 일본(1.78%)에 비해 낮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현금배당금 총액은 2016년보다 25.4%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이 45.5%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기업들이 여전히 배당에 소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순이익 중 현금배당금 비율을 보여주는 배당성향은 2016년(23.8%)보다 3.2%포인트 떨어져 20.6%를 기록했다. 2012년부터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던 배당성향이 결국 5년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친 것이다.

이같은 소극적인 배당은 만성적으로 지적되는 국내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올 3분기 들어 격화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는 크게 주저앉았다. 반면 우리처럼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가 높고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대만의 가권지수는 오히려 상승하며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대만 역시 외국인 매도 물량이 쏟아지긴 했지만 내국인 투자자의 선택이 한국과 대만 증시의 희비를 갈랐다.

우리보다 배당수익률이 높은 대만은 내국인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방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투자는 “똑같이 대외 불확실성에 놓여 있었지만 대만은 내국인의 높은 신뢰를 받는 배당수익률이 안전판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대만은 배당수익률이 4%에 달하지만 우리 증시의 배당수익률은 3년물 국채금리(2.1%)보다 낮은 수준이다. 애초부터 대만처럼 안전장치 역할을 기대하기엔 역부족이었던 셈이다.

물론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특성상 설비 투자 등의 이유로 기업들이 현금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제 실적 이외에 자사 주식의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카드를 고민해야 할 기로에 놓여 있다. 주요 산업이 점차 성숙기에 진입하면서 과거처럼 영업이익의 폭발적인 성장만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지침)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기업의 낮은 배당성향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증권업계는 국민연금이 일명 ‘저배당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보다 상향된 배당정책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를 두고 오랫동안 저평가돼 있다고 말하며 매수를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국내 투자자는 우리 주식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외 변수에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매번 외국인 투자자의 ‘귀환’을 기다리는 양상만 반복될 뿐이다.

이제는 국내 기업의 주식이 단순히 싸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외부 자금의 유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시아 주변 국가보다 낮은 배당수익률부터 끌어올려야 비로소 한국 기업의 저평가 매력도 함께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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