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에서 내려다 본 욕지도 전경 |
고등어회 쫄깃, 욕지도 고구마 최고 명품
펠리칸바위 만들어낸 태평양쪽 천인단애
천왕봉 일출, 출렁다리-비렁길 최고의 힐링
동서남북 파란만장 코스, 다채로운 매력
연화도-우도 보행교 ‘샌프란현수-성산트러스’
태평양언덕 ‘서므로’ 카페 고메도넛,라떼 개발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무욕의 마음으로 섬을 찾았는데, 욕지도에 가니 희한하게도 욕심이 더 난다.
비단, 달콤한 고구마, 쫄깃한 고등어회로 인해 생긴 식욕 만이 아니다.
깔수록 양파 같이 감춰진 매력을 드러내는 이 섬을 더 알아봐야겠다는 마음이 견물생심 솟아난다. 이미 170년전쯤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알고자 하는 열정(欲知:욕지)이 가득한 섬’이라고 글로 남겼고, 그 이전부터 ‘욕지(欲知) 본능’이 충만했을 것이다.
욕지도 트레이드 마크 ‘펠리칸 바위’ |
욕지도는 남쪽이 높고, 북쪽이 야트막하다. 태평양쪽 거센 파도로 남쪽은 천인단애이고, 서쪽은 포구와 해수욕장, 해안절벽이 번갈아 나타나며, 북쪽은 선착장, 마을이 자리잡았다. 동서남북 각기 고도와 지형이 다르고, 거북이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일출봉, 망대봉의 형세와 식생은 천연기념물 군락지 등 색다른 건강미를 자랑한다.
해뜰 무렵 통단해변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사자섬, 외초도, 내초도 사이을 비집고 기어이 모습을 드러내는 태양은 정열적인데, 북서쪽 도동해수욕장, 대송 솔구지 전망대 등에서 보여지는 석양은 얼마남지 않은 빛을 여수와 남해, 통영, 거제에 골고루 나눠주며 차분하게 내려앉아 대조적이다. 서로를 더 알아가고픈 썸남썸녀의 마음 같은 섬이다.
펠리칸 바위에서 동쪽 촛대바위로 바라본 풍경 |
팰리컨바위에서 동편 촛대바위일대 까지 해안절벽 곳곳은 강력한 태평양 파도를 이겨내느라 주상절리가 떨어져 나간 듯한 흔적도 보이고, 수면아래 튼튼한 하체 덕분에 수면 윗쪽이 새의 부리처럼 비스듬하게 해식(海蝕)된 모습도 교차한다. 웬만한 해안 곶들이 거북이 모양인데, 욕지도 돌출 바위 아랫부분이 새 부리 처럼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태평양 언덕 서므로카페가 내놓은 고구마도넛 시제품 |
18세기 유입된 고구마는 욕지도에서 가장 당도높은 모습으로 거듭난다. 해풍을 맞으며, 낮엔 따사로운 직사광선으로 양분을 만들고 밤엔 차가운 땅 속에서 영양분과 당분을 농축해 최고의 맛을 내는 것이다. 이곳 처녀는 시집갈 때까지 쌀 서말도 못 먹는다고 한다. 달콤하고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에 좋은 고구마를 먹느라 그렇다는 것이다.
‘서므로’ 김민경-조경래 부부는 최근 ‘욕지고메원도넛’과 ‘고구마 라떼’를 내놓았다. ‘고메’는 고구마의 경상도 사투리이자 프랑스어로 ‘맛’을 뜻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강한 기초체력을 요하는 우주인들의 식량으로 정한 고구마가 욕지도 천혜의 식생을 만나더니, 이젠 달콤한 건강음식으로 확장된 것이다. 통영시는 욕지도 고구마로 ‘빼때기죽’, ‘고구마 쫀득이’ 상품도 내놓았다.
서므로카페 주인 부부 |
여행예능 ‘배틀트립’에서 김승수-박정철이 먹방 브로맨스를 시연하던 노랑 빌딩의 서촌식당은 여사장 박승연, 남사장 강종필씨 부부 명함을 따로 파서, 두 장을 한꺼번에 건네는 양성평등 식당이다.
욕지도 고등어회 [한국관광공사 제공] |
욕지도 사람들은 고등어의 직진 성향을 감안해 바다 한폭판에 올림픽 마크 처럼 원형가두리를 큼지막하게 설치한다. 각진 가두리였다면 머리를 꽤 다쳤을 것이다. 고등어 건강 유지법 중 하나이다.
욕지면 동항리 잣밤숲은 전체가 천연기념물이다 |
곳곳엔 산악자전거, 섬 마라톤을 즐기는 곳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북서쪽 솔구지 언덕에 서면, 욕지도 북쪽의 모도,노대도, 거치리도, 봉도, 사이도, 막도 등 보석같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한눈에 펼쳐진다.
욕지도 북쪽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 풍경 |
펠리칸바위가 긴부리를 내밀고 목을 휘어감아 북으로 돌린 거북이 머리(일출봉, 통단)의 모습이 역동적이다. 정상은 혼곡과 대기봉을 거쳐 도달한다. 조금 먼 ‘마당바위-대기봉-황능선-천왕산-약과봉-태고앞’ 코스를 휘휘 도는데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
두 달 뒤면 천왕봉 정상까지 오르는 모노레일이 완공된다. 노약자가 발품 들이지 않고 35분동안 태평양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
욕지도 비렁길. 멀리 출렁다리가 보인다 |
소(牛)의 화가 이중섭은 욕지도에서 이 숲을 그렸다. 숲에는 팔손이, 보리수, 사스레피, 생달나무, 모람, 자금우, 해변싸리, 애기등, 민땅비싸리 등 희귀종이 많다.
본섬의 동쪽 연화도는 사방이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욕지도의 축소판이다. 통영8경의 하나인 이곳 풍경은 산기슭 코스모스와 어우러지면서 더욱 아름답다. 연화도에서 반하도(무인도)를 거쳐 몽돌해변 파도소리가 가슴 사무치는 우도로 가려면 국내 최장(309m) 보도교를 거치면 된다. 4분의3은 샌프란시스코식 현수교로, 나머지는 서울의 성산대교식 트러스구조라서 흥미롭다.
욕지도 본섬 동쪽의 연화도 |
때론 장쾌하고, 때론 부드러우며 한기와 열정이 교차하는 욕지도 1박2일 여행은 잰걸음으로 꽉꽉 채워도 짧았다. 욕지+156섬, 그곳이 더 알고싶다.
함영훈 여행선임기자/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