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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자·꽃뱀 취급 억울하다”…양예원 법정서 ‘오열’
증인신문서 고통 호소

“유출 안되게만 해주시면 감사하죠’ 이러한 내용은 감금, 협박,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보낸 문자라고 보기 어렵지 않나요?”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비공개촬영회 모집책 최모(45) 씨의 변호인이 묻자, 양예원(25) 씨는 길게 한숨을 쉰 뒤 “그건 피해자라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피해자 중심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유출되지 않는 게 가장 감사한 일이 맞았다. 가장 무서워하는 부분이라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엔 착하게 해야 내 사진을 유출하지 않겠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는 10일 오후 4시 강제추행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촬영자 모집책 최 씨의 2회 공판을 열고 양 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양 씨가 재판장에서 직접 입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단발머리에 회색 카디건을 입은 양 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지난 1차 공판에서 최 씨가 양씨와 다른 여성모델들의 노출사진을 촬영해 유포한 혐의는 인정했기 때문에 이날 공판에선 2015년 8월 29일 있었던 최 씨의 강제추행 건에 대한 신문이 주를 이뤘다.

양 씨는 강제추행 당시를 떠올리며 “최 씨가 작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했고 다리 사이의 속옷 부위를 매만졌다”고 증언했다. 변호인이 다른 사람으로 착각할 가능성은 없느냐고 묻자 “노출 정도가 심한 사진의 경우 사진촬영자가 한 명씩 찍고 빠지는 식으로 촬영을 하기 때문에 기억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양 씨는 강제 추행 당시 사진 유출이 염려돼 곧바로 문제제기를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 전엔 사진이 유출이 안됐었다. 유출을 신경 쓰면서 부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추행을 항의할 상황이 안됐다”고 진술했다. 올해 5월 자신의 사진이 유출됐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서야 강제추행에 대한 신고를 결심했다는 의미였다.

최 씨 변호인은 성추행 피해자라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전제 하에 양 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는데도 왜 스튜디오 촬영에 임했는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오히려 양 씨가 적극적으로 일거리를 구한 게 아니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 씨는 유출 우려 때문에 곧바로 일을 그만 둘 수 없었고, 총 16회의 촬영 동안 매번 추행과 노출이 있었던 게 아니었기 때문에 노출 수위는 조절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변호인이 꼭 굳이 강제추행이 있었던 스튜디오를 다시 찾을 필요가 있었느냐고 묻자 그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복학 준비하기 위해서 잠실 옷 가게에서 12시간 일을 하고 다시 치킨 집에서 새벽 2~3시까지 일을 했지만 학비가 부족했다. 개강은 얼마 남지 않아 일당으로 돈을 챙겨주는 곳이라 급한 마음이 연락했다”고 답했다.

줄곧 덤덤한 모습을 보였던 양 씨는 재판관이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어린 마음에 신고할 생각 못했고 가족이 알면 어쩌지, 친구들이 알면 어쩌지, 유출되면 어쩌지 하는 것 외에는 생각이 없었다”면서 “이제 25살인데 여자 인생 포기 할만큼 온 세상 전국민에게 살인자, 거짓말쟁이, 창녀, 꽃뱀 취급을 받고 있다. 매일매일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흐느꼈다.

오후 5시40분께 재판을 마치고 나온 양 씨는 법정 바로 앞 복도에 놓인 소파에 주저 앉아 일어나지 못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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