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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에 비친 한국인의 삶,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선진국이라더니…“나라 맞나?” 냉소도
국민 삶 구석구석, 현미경 생활민주주의를

[헤럴드경제=함영훈ㆍ이태형ㆍ채상우 기자] GDP(국내총생산), ICT(정보통신기술), 국방력 등에서 세계 10위 안팎에 랭크돼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은 그러나, 여전히 생활문화 곳곳에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이 2018년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났다.

의사 아닌 자가 진료와 수술을 해서 사람을 죽이고, 근린공원은 점점 더 우범지역화 되고 있으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가 있다’던 서울은 성폭력 안전도가 가장 낮은 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고단한 세태 속에서 운전대만 잡으면 헐크로 변한 아빠들이 기준시속 40㎞를 넘는 살인적 초과속을 한해 114만건이나 저지른다는 얘기, 성매매가 점점 줄어드는데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윤락행위는 늘고 있다는 소식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취직해도 못갚은 학자금 944억원= 취직했어도 학생 때 진 학자금 빚을 갚기 버거워, 못갚은 돈 액수가 대기업 한해 이익금 보다 크고, ICT 강국이라더니 고무찰흙 반죽으로 만든 가짜 손가락에 쉽게 뚫리는 지문인식시스템에 할 말을 잃는다.

대중음악과 스포츠에 마음을 달래보지만, 음원 사재기, 국가대표 선발 의혹 등은 어설픈 공격과 이해못할 변명의 성찬 속에 의혹만 키워, 대중문화-스포츠계에 진정한 우리의 우상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진다.

▶시민공원은 시민 기피 공원= 국민들은 ‘빛 좋은 개살구’ 보다는 삶의 구석구석, 마음 답답하지 않게 하는 투명성, 상대적 박탈감 없는 정서적 풍요로움, 체감도 높은 해법들이 스며들 수 있도록, 하나하나 세세히 살피는 ‘현미경 생활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 행안위 국감에서는 시민들의 안식처가 되어야할 시민공원 432곳이 범죄의 진원지로서 위험하다는 진단이 나왔다.우려 등급은 2443곳, 관심 등급 1만538곳으로 1만3000여곳 대부분 우범 가능성을 눈여겨봐야한다는 것이다. 그릇만 만들어놓고 제 기능을 하는지 살피는 공무원이 없었다는 얘기다.

▶세일즈맨의 수술= 최근 의료기구 납품업체 직원이 수술을 하다가 사람을 죽게 만든 사건이 터지고, 그런일이 관행처럼 계속돼 왔다는 소식에, 국민들 입에서 다시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는 최근 3년간 자격없는 자의 의료행위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가 165건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적발되지 않은 사례가 엄청날 것으로 생각하니 갑자기 국민들의 심신이 아파온다.

▶항공장애표시 불량 39%= ‘쉼표있는 삶’ 독트린과 함께 국민의 국내외 여행은 느는데, ‘항공기 생명등’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장애표시등 불량이 전체(1만 4705개소)의 39%인 5742개소에 달한다는 국토교통위 국감자료 역시 아찔하다.

재작년 1911곳을 국감서 지적했는데도 1500곳에 손도 대지 않았다. 우리국민은 작년에 해외에서 32조원이나 쓸 정도로 여행을 많이 한다.

쌀은 남아돈다는데, 쌀값은 폭등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소식에 대체 농정 공무원들은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모르겠다는 원성이 거세다.

▶헐크 아빠랑 여행 안가= 이런 와중에 최근 5년간 과속 사고로 사상자 6259명이 발생했는데도 과속 적발은 매년 늘고, 심지어 기준 시속의 40㎞가 넘는 살인적 질주를 벌인 사례도 작년 한해만 114만여건이나 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빠가 무슨 이유로 질주하는지 몰라도, 아이는 운전대만 잡으면 헐크로 변하는 아빠와 여행 가기 싫다.

같은 상임위에서는 인구 10만명당 성폭력범죄 발생건수에서 대한민국 도시의 모범이 되어야 할 서울이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가장 적은 경북의 3배에 육박했다. 성범죄 안전도가 가장 낮다는 것이다. 사회 안전망에 관한한 서울시장과 서울경찰청장이 더 신경써야 한다.

▶정부 방관 국대 부정선발, 음원사재기 의혹= 음원사재기는 스타와 팬들을 갈라놓았다. 사태발생 1년이 지나도록 정부-업계-기술자 모두 나몰라라하자 국회가 나섰다.

병역면제가 걸린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 선발 의혹 역시 주무 부처의 미온적인 태도 속에 정치인과 체육인 간 공허한 공방만 이어져 국민과 스타를 거리감만 키웠다. ‘국보’가 비리의혹 관련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정부, 산하기관, 업계 모두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사태들이다. 책임있는 정부 당국의 수수방관 속에 국감장 정치인들이 헛심 쓰는 모습이 처연하다.

▶풍등에 뚫려? 아파트옆 저유소 즐비= 풍등 하나 날렸다고 뚫리는 저유소라면 그런 곳은 전국에 수두룩하다. 고양은 약과이다. 심지어 아파트단지에서 몇 백m 떨어져 있지 않은 저유소가 부산에만 7곳 있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나왔다.

이제 부산 저유소에서 불 나면 주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라이터를 가졌다는 이유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일자리 창출” 백날 떠들지만 일자리가 부실하다보니 취업한 후에도 학자금을 갚지 못한 액수가 944억원에 달한다. 장기미상환자는 1만 2012명이나 된다.

▶돌려막기 가계= 빚은 또다른 빚을 낳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코 앞인데, 줄어야 할 카드론 대출 잔액은 또 늘어 27조 1797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카드론 쓰는 사람들은 사채쓰기 직전인 사람이 많다. 3명중 2명이 돌려막기용이란다. 제대로 된 일자리 창출과 방향설정을 잘 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시행됐다면 줄어들었어야 할 수치이다.

식약처에는 등록이 됐는데, 심평원에는 등재되지 않은 마약성분 프로포폴 처방 횟수가 59만건이나 차이난다. 마약성분이라 쉬쉬하며 투약하는 유명인사들이 언론 보도에 오르내렸는데, 석연찮은 증발이다. 의료일원화 시스템 좋다더니, 이것 하나 추적 못하나 싶다.

▶환자관리 투약관리 무정부상태= 후진국병으로 불리는 전염성 결핵 진단을 받고도 치료를 거부한채 잠적한 사람이 4년간 188명이나 된다고 한다.

‘미스터 션샤인’ 울린 가짜 의병 4명이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억원에 달하는 정부포상금은 받아 갔다는 소식 역시 어이가 없다. 역사 바로세우기엔 끝이 없어 보인다.

성도덕에 대한 사회분위기가 일신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성매매가 47%나 줄었다는 소식, 소방관의 비긴급 출동이 44%나 줄고 긴급출동 기동력이 그많큼 커졌다는 소식이 그나마 건질 국감 희소식이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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