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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신율 명지대 교수] 장기 집권의지와 국민의 선택
15년 전 정도만 해도 신입생들에게 정치란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국가와 민족을 위한 행위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요새는 이런 대답을 하는 학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요새는 정치란 권력 행위라고 대부분이 답한다. 아마도 학교 교육이 좀 더 정확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가 권력과 관련된 행위이기 때문에, 정당이 권력 추구와 유지를 위해 존재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치를 국가와 국민을 위한 행위라고 답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무리가 아니다. 왜냐하면 정치인들과 정당은 입만 열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외치기 때문이다. 정당 혹은 정치인들이 이렇듯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선거에서 이겨야 권력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권력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은 선거에서 이기려고 전력투구를 다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위해서는 선거의 주체인 유권자들의 지지를 획득해야 하고, 그래서 국민을 위한다고 목이 터져라 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일련의 발언을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찬 대표는 얼마 전 20년 집권론을 주장하더니, 요새는 50년은 집권해야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거기다가 이해찬 대표는, 방북했을 때인 지난 9월 19일,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안동춘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그리고 최금철 조선사회민주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6·15 정상회담을 하고 나서 잘 나가다가, 노무현 대통령까지도 잘 나가다가 그만 우리가 정권을 빼앗기는 바람에 지난 11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돼 여러 손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단다. 10.4 공동 선언 행사를 위해 다시 방북했을 때도 이해찬 대표는 “제가 살아 있는 한 절대 정권 안 빼앗기게 단단히 마음먹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이해찬 대표의 일련의 발언들은, 좋게 보면 지나치게 솔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의 존재 목적인 정권의 획득과 유지에 대한 솔직한 속내를 가식 없이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발언 속에는 “국민의 선택”이라는 측면이 간과되고 있지 않나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여기서 “걱정”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당연히 제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을 터인데,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제도에 대한 언급은 없이 권력 유지에 대한 의지만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는 투쟁의 장이 아니다. 그래서 유럽이나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선거에서 이기고 졌다는 표현은 쓰지만 “빼앗겼다”라는 표현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짜로 “정권을 뺏았겼다”고 생각한다면, 그동안 보수 정권을 선택한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일 유권자이던 정치인이던 보수는 모두 나쁜 사람들이어서 배제해도 좋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이런 생각은 아니었으리라 간절히 믿고 싶다. 집권당의 대표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 모두를 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보수가 수적으로 열세처럼 보여도, 언제 다시 다수가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정권을 빼앗기기 싫다면, 보수를 찍은 유권자들에게 더욱 어필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해찬 대표의 발언을 보면, 장기집권이 자신들의 의지대로 될 수 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그래서 이 대표는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이뤄내는 것을 통해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내, 계속 집권하고 싶다”는 식으로 말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언급 없이 “제가 살아있는 한 정권을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하면, 듣기에 따라서는 제도와 명분에 대한 의식보다는 장기집권 의지만이 두드러진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권력 유지에 대한 의지보다도 절차와 제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라는 존재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권력 유지에 대한 의지보다는 국민의 선택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그런 목소리를 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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