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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다시 유화국면] ‘北 사찰·검증받고, 美는 상응조치’…비핵화 ‘빅딜’ 문 열리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7일 면담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조만간 제2차 조미(북미)수뇌회담과 관련한 훌륭한 계획이 마련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연합뉴스]

‘단계별 동시 행동원칙’ 부정했던 美 입장변화
北, ICBM 폐기 등 ‘플러스 알파’ 제시 관측
전문가들 “비핵화 방법론 입장차 크게 좁혀”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뉴욕 유엔총회 계기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긍정적 기류 속에 마무리되면서 한반도정세는 다시 유화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최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를 둘러싼 논의 구조는 남북미 정상 차원의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북한이 이전까지 강하게 거부해온 미국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핵심인 사찰ㆍ검증과 관련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북한의 선 비핵화 입장을 완강히 고수하던 미국이 비핵화 상응조치를 내비치는 등 북미 양측 모두 한 발짝씩 양보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평양 방문을 마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이 취하게 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 정부의 참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있었다”며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7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 방문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앞선 지난 5월24일 북핵의 상징적 장소인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다.

그러나 애초 언론과 함께 초청할 것으로 예상됐던 전문가들을 배제함으로써 이미 수명이 다한 시설을 폐기하는 ‘보여주기 식 쇼’에 불가하다는 비판과 핵폐기 의지 진정성에 대한 논란을 자초했다.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포괄적핵시험금지기구(CTBTO) 등의 풍계리 핵실험장 현장조사가 이뤄지면 핵물질 성분 확인 등을 통해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초청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 참관 하에 영구 폐기하기로 합의한 이후 추가 조치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사찰ㆍ검증문제는 북핵문제가 수십년을 끌어오는 동안 잘 진행되던 협상의 발목을 번번이 잡아온 민감한 사안이었다.

이와 함께 폼페이오 장관이 ‘상응조치’를 언급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가 우선이라며 북한의 ‘단계별 동시 행동원칙’에는 부정적인 입장으로 일관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상응조치 발언부터가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 있는 고위관계자 가운데 처음이다.

미국은 중국의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 동시 진행을 의미하는 ‘쌍궤병행’(雙軌竝行) 제안도 같은 이유에서 거부해왔다.

그러나 미국이 달라진 입장을 보임으로써 북미 간 간극을 상당히 좁히게 됐다는 평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들과 미국이 취할 상응조치에 대해 동시에 논의가 이뤄진 것은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접근과 동시행동 원칙을 미국이 마침내 수용한 것”이라며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 양국 간 입장차가 크게 좁혀진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기류가 변한 것과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폐기를 비롯해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내용 외에 ‘플러스 알파’(+α)를 제시했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실무협상 등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한반도정세에서 중대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긍정적 평가 속에 마무리됨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과 남북미정상회담, 그리고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프로세스를 통한 연내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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