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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소송제 확대 추진하지만…‘사실상 6심’ 재판절차는 그대로
소송 허가 3심에만 통상 3~5년
정부 ‘남소’ 우려 절차 간소 부정적


정부가 집단소송이 가능한 분야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실효성을 낮추는 요인인 소송 허가 절차는 그대로 유지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법무부와 여당이 국회에 발의한 집단소송법 개정안에 따르면 소송 허가부터 최종 판결까지 사실상 6심 재판을 받아야 하는 절차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집단소송은 기업이나 정부 부처의 책임으로 집단 피해가 일어났을 경우 피해자 1명이 소송을 내도 판결의 효력이 동일 사건의 피해자 전원에 미치는 제도다. 현행법은 소송 허가 절차부터 법원의 판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법원의 소송 허가ㆍ불허가 결정에 대해 모두 불복할 수 있어 사실상 대법원까지 3심을 거쳐야 한다. 소송 허가에만 통상 3~5년, 길게는 7년 이상 걸린다.

소송 허가 결정이 확정되기 전까지 책임을 본격적으로 다투는 본안 소송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절차는 소송이 지연되는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지난 2005년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도입됐지만, 확정 판결은 12년 만인 지난해 처음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소송 허가 결정에 기업이 불복해도 우선 본안 소송을 시작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이 나온다. 집단소송의 원조격인 미국은 1심 법원이 소송 허가를 결정해 기업이 항고해도 별도의 중지 명령을 하지 않는 한 본안 소송이 그대로 진행된다. 소송 불허가 결정에만 소비자들이 항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백주선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장)는 “허가 결정을 다시 다투는 것은 본안 소송에서 다룰 내용을 가지고 본안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지연시키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반면 법무부는 남소(소송 남용)를 방지를 위해 소송 개시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절차 지연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집단소송 허가ㆍ불허가 판단에 대한 선례가 누적되면 법원이 허가 여부를 최종 판단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집단소송 분야 확대와 더불어 소송 허가 절차가 대폭 개선될 경우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간부는 “미국도 집단소송 남소의 문제를 인지하고 제어 장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며 “제도의 취지부터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ㆍ여당이 마련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개정안은 증권에 한정됐던 소송 분야를 ▷제조물책임 ▷부당 공동행위ㆍ재판매 가격 유지 ▷부당 표시ㆍ광고 ▷개인정보침해 ▷식품 안전 ▷금융 소비자 보호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피고 측 주소지 관할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피고 측 변호사 선임 강제 삭제 ▷원고 측 소송 대리인 요건 완화 등을 통해 소송 요건의 문턱을 낮췄다.

유은수 기자/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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