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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한글날]외국인도 반한 ‘한글의 매력’?…“듣기도 좋고, 보기도 아름답죠”
지난 2일 연세대학교 한글 백일장에서 수필부문 장원을 거머쥔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압사득 오네게(25) 씨.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연세대 외국인 ‘한글백일장 장원’…오네게 씨의 한글 사랑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읊을 때마다 마음 저려”
-“한글이 ‘그림’처럼 보여…유튜브로 전세계 한글 전파할래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2014년 한국에서 처음 스마트폰을 갖게 됐을 때 마냥 신기해 온종일 갖고 놀았다. 하지만 이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에서 씁쓸함이 몰려왔다. 카자흐스탄에서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이 그리워졌다. 그때는 부모님께서 어디 놀러 가면 휴대폰을 챙겨주시며 수시로 전화를 했고, 스마트폰 알람 대신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침을 맞았다. 영상통화 화면 속 아닌 실제 부모님의 모습이 그리워진 것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부모님 사랑과 소통이었다.’

제 27회 연세대학교 외국인 한글 백일장에서 수필부문 장원을 거머쥔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압사득 오네게(25) 씨를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수상작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하자 스마트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막힘 없이 쏟아냈다. 억양과 발음뿐만 아니라, 글의 구성까지도 자연스러웠다. 그는 이번 백일장 한달 전부터 예쁜 노래 가사를 모으고 시집을 읽으면서 준비했다고 했다.

오네게 씨가 한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모국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문화교류콘서트에서 배우 송일국 씨가 한국 문화에 대한 연설을 하는 것을 보면서였다. 그는 송일국 씨를 보면서 “한국사람들을 다 잘생겼나? 한국어는 왜 이렇게 듣기 좋지? 궁금증이 생겼다”고 웃었다.

이후 오네게 씨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카자흐스탄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도 한국문화원에서 한글 수업을 들었다. 그에게 한글수업은 대학교 수업보다도 훨씬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는 어떻게 한국에 갈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학교를 그만두고 한국 유학길을 택했다. 

지난 2일 연세대학교 한글 백일장에서 수필부문 장원을 거머쥔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압사득 오네게(25) 씨.[오네게 씨 제공]

그는 한글의 매력에 대해 “말 자체가 예쁘다”고 했다. 그는 “발음이 부드럽고 듣기 좋아 예쁘고, 글씨 모양도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글을 발음하는 것을 듣게 좋다. 특히 서울 표준어 특유의 부드러운 억양이 좋다. ‘그~’, ‘내가 있잖아~’ 길게 말하는 게 귀엽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의 눈에 한글은 ‘그림’처럼 보였다. 처음 한글을 배울 때 한글자 한 글자 쓰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 했다고 떠올렸다. “쌍시옷은 웃는 모습 같았다. ‘옷’이라고 쓸 때 이응은 얼굴 같고 시옷은 사람 다리처럼 보였다. 글자가 예뻐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한 달에 2권은 꾸준히 읽을만큼 한국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그의 책장에는 시, 소설, 수필 등 장르불문 수십 권의 책이 빼곡히 놓여있다. 가장 좋아하는 시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다. 그는 “그냥 가만히 읊고만 있어도 마음이 저린다. 카자흐스탄도 식민지 역사가 있는데 역사적 배경을 알고 더욱 그랬다. 단어, 운율 모두 아름답다”고 전했다.

그의 한글 예찬은 대외활동으로도 이어졌다. 그는 작년 3월부터 한학기동안 한글문화연대 소속 '우리말가꿈이 지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글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에 참여했다. 라디오 시청자의 사연에 맞게 시를 골라 읽어주는 라디오, 한국가요의 영어가사를 우리말로 바꾼 뒤 맞추는 게임 등을 만들면서 한글을 유쾌하게 전파했다. 현재는 유튜브에서 ‘반도의 흔한 외국인’이라는 한국문화 소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신조어, 줄임말 등 한글 파괴현상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한글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말 생성하면서 어휘를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세대간 소통이 안될 수는 있지만, 세대간 소통은 그 것 때문에 안 되는 게 아니라 다른 이유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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