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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대선 D-3] 빅 플랜 노 머니…포퓰리즘 공약 속 재정적자 우려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AP연합뉴스]

연금 개혁 안하면 금융위기 가능성↑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브라질 대선 1차 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극우 성향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사회자유당(PSL)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따라 브라질 증시와 헤알화 가치도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를 비롯 어느 후보도 심각한 재정적자를 타개할 방안없이 포퓰리즘 공약만 내놓아 브라질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극우 보우소나루 선두에 증시 상승세=2일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Datafolha) 발표에 따르면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32%로 2위인 페르난두 아다지 노동자당(PT) 후보(21%)와의 격차가 11%포인트로 벌어졌다.

결선 투표에서 맞붙을 경우 보우소나루 44% 대 아다지 42%로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불과 일주일 전 조사만 해도 결선 투표에서 아다지 42%, 보우소나루 38%로 아다지가 이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선거 막판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이 무섭게 치솟고 있다.

오는 7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28일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이같은 발표가 나온 다음날 헤알화 환율은 전일 대비 1.2% 떨어진 달러당 3.888헤알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 14일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전날 3.78% 급등한데 이어 이날도 2.04% 올랐다.

AFP통신은 투자자들과 경제 엘리트들도 긴축재정 도입, 국영기업 민영화 등과 같은 보우소나루의 공약에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질의 트럼프’ vs ‘좌파의 아이콘’ 룰라 후계자=보우소나루는 여러 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닮았다. 보우소나루는 군소정당을 전전하던 아웃사이더였고, 여성ㆍ동성애자 등에 대한 막말로 유명하다.

노동자당의 여성 의원 마리아 로사리아에게 “당신을 강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가치도 없는 여성이니까”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브라질 여성 유권자들은 보우소나루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성 유권자들은 지난 29일 브라질 전역에서 핑크색 풍선을 들고 보우소나루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우소나루가 30% 넘는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은 불안한 정치ㆍ경제ㆍ치안때문이다.

브라질은 한때 브릭스(BRICS)로 불리며 고공 성장을 해왔지만 현재 더딘 경제성장으로 실업률이 12%에 달하고 있다.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가 포함된 권력형 부패 스캔들과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후유증도 아직 남아있다. 게다가 한해 6만4000건이 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높은 범죄율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노동자당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온건파 유권자 숫자가 상당하다. 브라질의 심각한 불황과 부패 스캔들이 2003~2016년 노동자당 집권 시기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노동자당을 지지하고 있는데, 다수의 유권자들은 노동자당이 집권하면 굶주림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처럼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페르난두 아다지 노동당(PT) 후보[EPA연합뉴스]

아다지는 ‘좌파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후계자다. 룰라는 부패 혐의로 대선 출마가 무산됐지만 브라질에서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선 출마 포기 전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다. 아다지도 최근 지지율이 상승해오다, 최근들어 주춤해졌다.

보우소나루의 경제 자문 파울로 게데스도 경제계를 안심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게데스는 시카고대 출신 자산운용사 대표로, 보우소나루가 당선될 경우 장관 임명이 유력하다. 페트로브라스 민영화 등을 지지하고 있는 게데스에게 투자자들과 기업가들도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 분야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것은 연금제도다. 보우소나루는 연금 개혁을 지지하는 반면 아다지는 소극적이다.

브라질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연금에 쏟아붓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비슷한 페루, 멕시코 등 이웃나라들은 2%대에 불과하다.

JP모건 이코노미스트인 카시아나 페르난데즈는 “내년에 연금 개혁을 승인하지 않으면 브라질 금융위기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우소나루는 또 ‘법과 질서(law and order)’를 강조하며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범죄율이 증가하면서 보우소나루의 거칠고 단순한 메시지가 먹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빅 플랜 노 머니(Big Plans No Money)=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어느 후보도 브라질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재정적자에 대한 대안 제시없이 포퓰리즘 공약만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간 브라질 정부가 흥청망청 써댄 결과 경제 불황이 이어졌다. 차기 대통령은 빌려온 돈으로 공무원 월급을 줘야할 판이다.

브라질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12개월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7.45%였다. 이는 미국의 2배 수준이다.

세금은 이미 GDP의 40%에 달하는 등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따라서 세금을 더 올릴 수 있는 여지는 적다.

보우소나루의 경제 참모인 게데스가 긴축재정을 약속하긴 했지만 향후 게데스가 자율권을 갖게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라이벌인 아다지는 경제 성장을 통해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역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연금 개혁 대신 공공 부문에 들어가는 예산을 유지하고 차입 혹은 화폐 발행 등의 방식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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