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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샅바싸움 北·美 ‘침묵의 의미’
리용호 유엔총회 연설 이후
서로 말 아끼며 팽팽 긴장감
실무회담 앞두고 주도권 잡기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깐깐한 비핵화 협상을 예고한 가운데, 북한과 미국은 조만간 개최될 실무회담 및 비핵화 협상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리 외무상은 30일(현지시간) 북미협상 전망 등 북한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다. 미 국무부 또한 리 외무상의 연설에 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은 여전히 ‘선(先) 체제보장 후(後) 비핵화’ 원칙을, 미국은 ‘선(先) 비핵화 후(後) 체제보장’ 원칙을 고수하고 나서 협상에 험로를 예고했다. 리 외무상은 전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우리 국가의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면서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만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또 미국이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면서 “조선반도 비핵화도 신뢰조성을 앞세우는데 기본을 두고 평화체제 구축과 동시 행동 원칙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라며 동시행동ㆍ단계적 실현 원칙을 주장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 연설에서 “김 위원장과 지난 6월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이라는 점에 동의했다”며 “김 위원장이 그동안 취한 조치에 사의를 표한다. 하지만 아직 할일이 많이 남아있다. 제재는 비핵화 될때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핵신고, 사찰 관련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한 물밑협상 결과에 따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시기가 조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북한과 특정한 핵시설과 무기체계에 관해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실현시키기 위한 실무협상도 조만간 개최될 전망이다. 한미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이르면 다음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측과 비핵화 실무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해졌다. 비건의 북측 카운터파트는 북미 핵협상에 잔뼈가 굵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유력하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은 빈에서 비핵화 검증 및 사찰방안과 상응조치에 대한 구체적인 조율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측이 핵심 원자로ㆍ재처리 시설들을 폐기하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등의 일반 혹은 특별사찰 여부를 가르는 협상이 진행될 전망이다.

관건은 북미가 반발짝 양보한 해법을 도출해내느냐다. 일단 북미는 북한이 요구하는 ‘행동 대 행동 원칙’과 ‘일괄타결’의 중간지대를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비핵화는 시간문제가 아니다”며 “북한 문제에 서두를 필요가 없다. 2년, 3년, 혹은 5개월이 걸리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미국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모드로 전환하거나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고 분석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복수의 핵ㆍ미사일 시설을 폐기하겠다는 북한의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워싱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행정부 및 미 조야는 북한이 일부 핵ㆍ미사일 시설 폐기하는 것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급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것이 등가성을 갖는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며 “폼페이오 장관과 비건 대표가 실무적으로 어떤 협상을 벌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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