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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헬멧 의무화 첫주말] 한강공원, 열에 일곱은 맨몸 라이딩…“헬멧 꼭 써야 하나요?”
[30일 잠실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 동호회 회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경찰은 처벌 근거 없어 권고만…“현실성 없는 정책”
-대여업체에도 헬멧 전무…“안전한 인프라구축 우선”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자전거 이용시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뒤 첫 주말,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라이딩을 즐기는 시민들 대부분은 헬멧 없이 맨몸 라이딩을 즐기고 있었다. 이들은 헬멧을 쓰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무화 규정을 간과하는 모습이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잠실한강공원은 가을볕과 바람을 맞으며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는 시민들로 붐볐다. 헬멧 착용이 의무화됐지만 보호장구를 갖추고 라이딩하는 경우는 손에 꼽았다.

이날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러 온 송모(39) 씨는 “헬멧 착용이 필수인지 몰랐다”며 처벌이나 단속이 있는지 되물었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아도 따로 처벌받지는 않는다는 말에 그는 “다들 안 쓰고 타기도 하고, 날씨가 좋아서 오래간만에 나왔는데 헬멧 없다고 집에 갈 순 없지 않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30일 잠실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 아이들 역시도 대부분 헬멧을 착용하지 않는 모습.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지난달 28일부터 시행한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자전거 운전자는 자전거도로 및 도로법에 따른 도로를 운전할 때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인명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며 동승자에게도 이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단속 근거가 없어 경찰도 착용을 권고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태다.

처벌 규정조차 없는 헬멧 의무화 정책은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 사이에서도 생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헬멧 착용 의무화와 무관하게 평소부터 전문적인 보호장비를 갖추고 라이딩하던 이들조차 가을볕에 땀이 흐르자 헬멧을 벗어제꼈다.

자전거 동호회회원 김모(46) 씨는 “자전거 타다가 땀이 많이 나면 헬멧을 잠깐 벗고 달리기도 한다”며 “음주 라이딩은 곧 단속한다고 들었는데, 헬멧은 권고수준이어서 오늘도 썼다 벗었다 했다”고 말했다.

다수가 지키지 않는 헬멧 착용 의무화는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서울시가 운영하는 따릉이 자전거를 대여해 라이딩에 나선 성모(31) 씨는 “따릉이 대여소에서 헬멧도 빌릴 수 있는 줄 알고 있었는데 자전거밖에 없어서 당황스럽다”며 “시에서 빌려주는 자전거에도 헬멧이 없는데, 다들 헬멧 하나씩 구입하란 말이냐”고 반문했다.

[30일 잠실 한강공원 인근에서 따릉이를 대여하는 시민들. 헬멧 무료대여 사업이 중단돼 여기서도 헬멧을 구할 수 없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시민들이 이처럼 당황한 이유는 최근까지 따릉이 헬멧 무료 대여 시범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 7월 20일부터 두 달째 진행해온 ‘따릉이’ 헬멧 무료 대여 시범사업을 최근 중단했다. 자전거 이용시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정책은 지난달 28일 시작됐는데, 정작 따릉이 이용객이 헬멧을 빌릴 수 있도록 했던 시범사업은 중단된 것이다.

비판의 목소리는 지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맨머리유니언’ 등 10개 단체는 지난 28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헬멧 의무화 정책은 탁상행정이라고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헬멧 의무화로 자전거를 타는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안전한 자전거 인프라 구축과 사고 자체의 예방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논란속 헬멧 의무화 정책은 시행도 전에 개정안부터 발의된 상태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 21일 헬멧 착용을 ‘의무’로 두지 않고 ‘착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는 내용과 어린이를 태우고 운전하는 경우에 한해 헬멧 등 보호장구를 의무 착용하도록 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한 상태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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