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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리용호 유엔연설, 1년 만에 ‘대결’에서 ‘신뢰’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핵화 앞서 신뢰 강조…만만찮은 협상 예고
-1년 전 원색적 비난과 달리 트럼프 언급 안해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이 1년 전에 비해 다소 부드러워졌다.

리 외무상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미 간 신뢰 구축을 강조하며 비핵화 역시 미국의 신뢰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리 외무상은 “비핵화를 실현하는 우리 공화국의 의지는 확고부동하지만, 이것은 미국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한 신뢰감을 가지게 할 때만 실현가능하다”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는 우리 국가 안전에 대한 확신이 있을 수 없으며 그런 상태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6ㆍ12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과 관련, “공동성명이 원만히 이행되려면 수십년 쌓인 불신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며 “조미(북미) 두 나라가 과거에만 집착해 상대방을 무턱대고 의심만 하려 든다면 이번 공동성명도 지난 시기 실패한 다른 조미 간 합의들과 같은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15분 분량의 연설에서 ‘신뢰’와 ‘불신’을 비판하는 표현을 18차례나 사용했다.

내용상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선비핵화 조치와는 거리가 있지만 작년 유엔총회에서 쏟아냈던 거센 발언에 비하면 나름 정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리 외무상은 작년 유엔총회 연설 때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우리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참수나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 기미를 보일 때는 가차 없는 선제행동으로 예방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운운하는 등 위협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또 작년 유엔총회 연설을 전후로 태평양 상공 역대급 수소탄 시험, 영공 밖 미 전략폭격기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무력대응 등 고강도 위협도 쏟아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이고도 원색적인 비난도 사라졌다.

리 외무상은 작년 유엔총회 연설 때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권모술수를 가리지 않고 한생을 늙어온 투전꾼’, ‘과대망상이 겹친 정신이상자’, ‘거짓말의 왕초’, ‘악통령’(악의 대통령) 등 거친 표현으로 맹비난했다.

그러나 올해 연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김성 신임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리 외무상의 연설에 대해 “우리가 신뢰구축을 호소한 것”이라며 “세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리 외무상은 선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에게 신뢰조성이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제재완화 내지 해제를 촉구하며 향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쉽사리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와 관련,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게 문제”라며 “(핵ㆍ미사일) 시험들이 중지된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결의들이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0일 논평을 통해 “미국이 제재 압박의 도수를 높이면서 상대방과 대화하자고 하는 것이야말로 모순”이라며 “미국은 대세의 흐름을 옳게 가려보고 선택을 바로 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미 비핵화를 확약하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임박한 상황에서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한 기선잡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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