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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통과한 밤(기준영 지음, 문학동네)=2012년 ‘와일드 펀치’ 이후 6년만에 선보이는 작가의 두번째 장편소설. 스무살 나이차의 동성애를 다룬 소재의 낯섦에도 소설은 차분하다. 작가는 서른아홉살에 난생 처음 화제의 연극무대에 출연하게 된 채선과 그에게 반한 이십대의 지연의 결핍과 끌림의 관계를 담담하게 그려낸다. 채선은 연극이든 인간관계든 간절히 원하는 게 없다. 배역을 향한 욕망도 누군가의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런 그 앞에 팬을 자처하며 당돌한 지연이 나타난다. 채선은 지연의 관심을 돌리려고 일부러 모나게 굴지만 오히려 지연은 그런 채선을 잘 안다는듯 채선의 호기심을자극하면서 끌어들이기 시작한다. 둘의 밀고 당김 속에서 작가는 흔들리는 마음의 작용에 주목한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만나 이듬해 가을까지 세 계절동안 둘이 주고받은 그림엽서와 편지, 두 사람이 만들어 먹은 음식, 둘만의 놀이를 그려나가며 감정의 무늬를 섬세하게 직조해냈다. 

▶석실서원(조준호 외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유네스코 등재를 앞둔 우리나라 서원은 교육과 제향이 이뤄진 독특한 공간이다. 선비들이 모여 책을 읽고, 사상을 논하고, 위대한 스승을 기리며 제사를 지냈던 교육기관이자 인문정신문화공간이기도 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안동 도산서원을 비롯, 남양주 석실서원, 산청 덕천서원, 경주 옥산서원, 논산 돈암서원, 장성 필암서원 등 각 서원을 소개한 책 6권을 펴냈다.필자 31명이 서원별로 창건과 이건 과정, 학술적 특성과 사회적 영향, 운영 방식, 지리적 환경, 제향 인물의 사상과 행적을 상세히 정리했다. 서원은 제향된 인물과 밀접한 연관성 속에서 설립·발전하게 된다. 인왕산 밑 장동에 자리한 석실서원은 안동김씨 김상헌으로 대표되는 서인 노론의 정치적 상징처이기도 하다. 석실의 후예들은 시대를 내다보는 실용의 학풍에 국제적 감각을 갖춘 도회문화를 접목시켜 서울을 중심으로 화려한 경화문화를 꽃피웠다. 덕천서원은 남명 조식과그 후인들의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구하는 경의학의 센터였으며, 돈암서원은 예학의 대가인 김장생·김집·송준길·송시열을 기린 곳이다. 이 가운데 도산서원, 옥산서원, 돈암서원, 필암서원은 우리나라가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한국의 서원’에 포함됐다. 

▶경제학의 모험(니알 키시타이니 지음, 김진원 옮김, 부키)=예일대 출판부가 펴낸 교양시리즈 ‘짧은 역사’(A Little History)는 각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세계사는 에른스트 곰브리치, 철학은 나이젤 워버튼이 집필했다. 경제학 집필을 맡은 이는 니알 키시타이니. 그는 석학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예일대는 그를 선택했다. 경제학의 역사를 풀어가는 키시타이니의 새로움은 경제학의 거장 뿐 아니라 다양한 사상가들까지 포함시킨다는 데 있다. 현실의 문제를더 적절하게 다루기 위해 사상가들의 생각도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책의 시작도 남다르다.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맨 앞을 장식한다. 인간의 타락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부의 추구를 배격하고 사유재산을 배척했던 플라톤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사유재산을 강조하고 상품교환에 주목했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프랑수아 케네, 로버트 오언, 앙리 드 생시몽 등과 같은 철학자들이 내놓은 경제사상 뿐 아니라 애덤 스미스, 리카도, 마셜, 베블런, 케인스, 슘페터, 프리드먼, 마르크스 등 기라성 같은 경제학자들의 사상과 이론도 간결하고 유쾌하게 소개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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