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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韓, 일본 해상자위대에 태극기 게양 요청…욱일기 논란 정면돌파
우리 해군 상륙함이 해상에서 훈련하고 있다.[사진=해군]

-한국에서 거세지는 日욱일기 논란…일본은 체감 못해
-제주 국제관함식에 日함선 참가…韓 태극기 게양 요청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에게 퇴임 전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게양에 대한 입장을 물어본 적이 있다.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송 전 장관은 누구보다도 이와 관련한 해군의 입장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송 장관으로서도 뚜렷하게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던 듯하다. ‘국제 관례상 일본 해상자위대의 욱일기에 대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이 군의 공식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송 장관이 다른 군인들과 달랐던 점은 머뭇거리지 않고, 선을 분명하게 그었다는 점 정도였다.

송 장관은 “국방부나 해군에서는 국제 관례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다만 언론은 언론의 역할에 충실하게 그런 문제를 계속 제기하세요”라고 기자에게 힘주어 말했다.

이 대답은 국방부 장관으로서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를 놓고 ‘군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언론이 문제를 제기해 국가적 문제로 만들어 달라. 보다 높은 차원에서 대책이 나와야 한다’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이렇게 풀이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 해군이 이순신 장군의 후예이기 때문이다. 한국 해군에는 이순신 장군의 혼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어쩌면 우리 영해에 욱일기가 나부낄 때 가장 모욕을 느낄 집단이 한국 해군이다.

그러나 일본 해상자위대의 부대기가 욱일기다. 국제 관례에 따르면, 모든 함선은 항해할 때 자국 국기와 부대기를 게양한다.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은 항해할 때 물론 일본 국기인 일장기와 부대기인 욱일기를 게양한다. 국제 관례에 따른 것이기에 누구도 이에 딴지를 걸 수 없다.

▶한국에서 거세지는 日욱일기 논란…일본은 체감 못해=하지만 한국에서 욱일기는 전쟁범죄국가가 사용하던 전쟁범죄기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금도 전 세계 글로벌 대기업들에게 편지를 보내 욱일기를 사용한 제품 디자인을 사용하지 말 것을 간곡히 요청하고 있다.

UFC의 ‘코리안 좀비’ 정찬성 선수는 UFC 챔피언이라는 꿈에 도전하는 이유가 ‘전 세계에 욱일기 사용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 팬들 역시 일본 축구팬들이 응원에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에 끊임없이 항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에서도 욱일기가 등장했고 AFC는 가와사키 프론탈레 구단 측에 벌금 1만5000달러의 징계를 내렸다.

한국 지도층 인사도 같은 입장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욱일기’를 사용한 일본 팬들의 응원에 대해 “경기에서 어느 국민이나 국기를 반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면서도 “하지만 전범기는 아니다. 전범기를 갖고 응원하는 것은 옳지 않은 행위이며 AFC가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다수의 한국 축구 선수들이 일본의 욱일기 사용에 대해 분노하고,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노력하고 있다. 욱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한일간 쟁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일본 축구 선수들은 욱일기 논란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러시아 월드컵 일본:세네갈 경기에서 욱일기가 여과 없이 전 세계에 방영됐다. 이와 관련 별도의 징계는 없었다. 오히려 일본 측은 전 세계가 욱일기에 대해 가만히 있는데 한국만 떠들고 있다며 적반하장격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26일 일본 스포츠매체 ‘도쿄스포츠’는 ‘욱일기 사냥, 한국에서만 통하는 전범기의 개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매체는 서경덕 교수가 욱일기 논란에 대해 “FIFA에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항의할 계획”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서 교수는 집요하게 욱일기를 ‘전범기’라고 부르며 비난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작가 타지마 오사무는 해당 매체에 “한국에서는 일본 욱일기를 전범기라고 부르며 일본 침략 전쟁의 상징으로 보고 있지만, 트집이다”라며 “한국이 일본을 비난할 때 쓰는 ‘전범국’이라는 말은 국제통념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범기’라는 단어는 한국인 사이에서만 통하는 신조어”라고 주장했다. 일본인들의 전범기에 대한 현실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일본은 욱일기가 전범기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한국은 욱일기가 전범기라고 주장하며 평행선을 그리는 형국이다. 둘 중 하나는 입장을 바꿔야 한다.

오는 10월 10~14일 제주에서는 세계 다국적 해군의 군함이 참가하는 국제관함식이 열린다. 물론 일본 해상자위대도 참가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측에 “전범기(욱일기)는 달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서 교수는 이메일에서 “행사에 초대받아 참여하는 것은 좋으나,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를 군함에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역사를 제대로 직시한다면 스스로 게양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고 강조했다.

▶제주 국제관함식에 日함선 참가…韓 태극기 게양 요청=이어 독일이 전쟁이 끝난 뒤 ‘나치기’ 사용을 법으로도 금지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일본이 패전 후 잠깐만 사용하지 않다가 다시금 전범기를 부활시킨 것은 제국주의 사상을 버리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하며 “부디 독일을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무라카와 유타카 일본 해상자위대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에게는 같은 내용의 편지와 전범기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 담겨있는 동영상 CD까지 국제우편으로 보냈다.

이 와중에 한국 해군이 제주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각 국 해군 측에 해상사열할 때 자국 국기와 태극기를 달아달라고 요청해 묘수가 될 지 주목된다.

관함식에는 외국 함정 21척 등 총 50여 척의 군함이 참여하며, 이 중 11일 열리는 해상사열은 관함식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로 꼽힌다.

해군 관계자는 지난 26일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참여 15개국 함정에 자국기와 태극기를 달아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제주 국제관함식 해상사열 때 자국 국기와 태극기를 달라는 것은 주최 측의 가이드라인이기 때문에 일본을 포함해 참가국이 모두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군의 요청에 일본 측이 분명한 답변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우리 요청을 받아들였다 해도 해상사열 외에 정박 및 입출항 때 등은 욱일기를 달 것으로 예상된다.

해군은 27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해군은 지난 8월 31일 관함식 참가국 전체를 대상으로 관함식의 제반협조사항을 전하면서 ‘해상 사열시 자국의 국기와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공지한 바 있다”고 확인했다.

이런 원칙을 공지한 이유에 대해서는 “항해 시에는 자국의 국기만 게양하는 게 일반적인 항해 원칙”이라며 “그런 원칙을 준수해 줄 것을 우리가 강조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국기와 부대기를 함께 다는 국제 관례에 대해서는 “정박 시에 일반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라면서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정박 시 욱일기를 달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해군은 “욱일기에 대한 국민적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해상자위대 함정이 제주 국제관함식 기간 내내 욱일기를 게양하지 않는 방안을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이 우리 측 요청을 거부해 국제관함식에 불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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