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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에 ‘사람노릇’ 하느라…” 얇아진 지갑에 한숨만 찼다
“추석에 사람 노릇하기 힘드네요.”

경기도 수원에 사는 결혼 2년차 주부 최모(32) 씨는 추석연휴에 나간 돈을 생각해보다가 한숨만 나온다. 양가 가족들 선물 비용으로 생각보다 많이 쓴 데다 조카들 용돈까지 다 챙겨주니 예산을 훌쩍 넘겼다. 고향에 내려가는 데 쓴 기름값, 음식값 등을 다 포함하니 추석 때만 쓴 돈이 한달 생활비보다 많았다. 최 씨는 “모처럼 고향 가는 길, 저렴하지만 과일 선물까지 챙겨야만 했다. 형편에 맞게 한다고 했는데도 버거웠다”면서 “추석 때 나간 카드값을 보고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알아봐야겠다”고 울상을 지었다.

27일 추석이 끝나고 선물값, 음식 비용 등으로 얇아진 지갑을 보고 한숨을 쉬는 사람들이 많다. 불황 속 매출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자영업자들은 거래처에 선물 돌리는 것도 겨우 했다고 하소연했고, 주52시간 시행으로 월급이 줄어든 직장인은 올해는 특히 명절 느낌을 내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한정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52) 씨는 “한해 수확이 있어야 기쁜 마음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느냐”며 “올 여름 폭염으로 장사도 못해 형편이 좋지 않아 부모님 용돈 드리기도 버거웠다. 거래처에 ‘남은 한해라도 장사 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돌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직장인들 역시 추석연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경기침체로 상여금을 줄이거나 아예 주지 않는 기업이 늘어 추석 경비를 쓰고 나니 당장 생활비가 걱정이라는 이들도 많다. 중소기업 7년차 직장인 안모(36) 씨는 “조카들이 늘어 추석 때 나가는 돈은 더 늘었는데 회사는 상여금은 커녕 올해 제공한 추석 선물은 집에 갔다 주기 민망한 수준이었다”면서 “다음달 월급은 모두 카드값으로 나가게 생겼다”고 걱정했다. 실제 올해 ‘사람인’이 기업 880개를 대상으로 추석 상여금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한 곳이 전체의 54.5%였으나 올해는 48.9%(430곳)로 감소했다. 지급 계획이 있다는 기업의 직원 1인당 상여금 평균은 62만원이었다. 이 역시 2016년 71만원, 지난해 66만원에 이어 줄어든 금액이다.

추석은 가을에 결혼식이 많아 앞으로가 고비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박모(34) 씨는 “9월에 이어 10월에는 결혼식이 많아 주말마다 축의금이 나가게 생겼다”고 한숨을 쉬면서 “명절 챙기는 것, 결혼식 가는 것 모두 사람 도리라 안 할 수 없는데 이러다가 금방 또 설 연휴가 온다”고 말했다. 

정세희 기자/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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