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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절, 그러나] 추석기간 취준생에게 가장 핫한 곳은? ‘카페’
카페에서 취업준비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헤럴드경제DB]

-연휴에 공공도서관 문닫아 카페행…밀린 자소서 쓰고 스터디하기도
-집에 있기 눈치보여… “내년엔 카페서 여유롭게 책보고 싶어요”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집에 있으면 뭐하나요. 카페에서 자기소개서나 쓸래요”

2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안모(30) 씨는 올해 추석에도 가족들의 눈을 피해 카페를 찾았다. 올 설 연휴에도 카페에서 인적성검사 문제집을 풀었다던 그는 이번 추석에도 취업을 못하고 있다는 게 괴롭기만 하다. 평소 그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편이지만 1시간 거리의 학교에 갈 엄두가 안나 집 근처 카페행을 택했다. 카페에는 안 씨처럼 토익, 중국어, 인적성 검사 문제집을 펼치고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안 씨는 “추석 연휴라고 독서실을 갈 수도 없고 집 근처엔 스터디카페도 없어 딱히 갈 곳이 없었다”면서 “요즘엔 1인 테이블도 많아 눈치 덜 보고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기간 공공도서관과 학원 등이 문을 닫으면서 카페는 취업준비생들로 붐볐다. 연휴를 반납하고 공부를 하는 이들은 이번 하반기 공채를 마지막으로 취업에 성공하겠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취업준비생 최모(28) 씨는 “갈 곳이 없어 카페에서 공부하는 심정은 좋지 않다. 내년에는 꼭 이곳에서 여유롭게 책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여럿이서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가 익숙한 취업준비생에게 카페는 가장 편한 장소였다. 카페에서 서로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하거나 면접 준비를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의 취업준비생 최예진(25) 씨는 “추석기간 단기 면접 스터디를 꾸려 학교 근처 카페에서 2시간 모의면접을 하기로 했다”면서 “이 근처 카페에는 추석 때 오히려 학생들이 더 붐빈다”고 말했다.

가족과 친척들의 눈을 피해 카페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친척들이 선의로 취업을 잘 준비하고 있느냐고 묻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추석에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언제 취업할거냐’라는 말이 명절 때 가장 듣기 싫은 말 1위(73.6%ㆍ복수응답)를 차지했다. 다른 사람의 취업 소식도 응답자의 18.8%가 듣기 싫은 말로 꼽는 등 취업 관련 얘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취준생들은 카페에서 공부할 때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이라고 비난하는 시선이 억울하다고 했다. 이들은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이고, 연휴가 갈 곳이 없어 카페를 찾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성북구의 대학원생 김모(31) 씨는 “사상 최악의 실업난에 맘 놓고 공부할 곳도 없다. 돈 주고 당당하게 공부하는데 민폐족처럼 쳐다보면 서글프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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