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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피해자는 어디로②]“그리운 가족도 못 만나는데”…피해 입고도 ‘전전긍긍’ 외국인

-폭행ㆍ임금체불 등 노출됐지만…‘송환’ 두려움에 신고조차 꺼려
-경찰 신고해도 불법체류 통보 의무 없어…경찰 “적극 홍보 중”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서울 성동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캄보디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니안(30) 씨는 지난 설 명절을 앞두고 이른바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가 됐다. 함께 일하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의 도움으로 가족에게 줄 신발을 인터넷에서 구매했지만, 택배로 온 물건은 구겨진 종이 등 쓰레기뿐이었다.

니안 씨는 경찰서에 찾아가봤지만,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피해사실을 신고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동료가 중간에서 통역사 역할을 하며 니안 씨는 겨우 사건을 접수할 수 있었고, 얼마 뒤 피의자를 잡았다는 소식을 받았다. 범인을 붙잡은 경찰조차 “정말 다행”이라며 “적은 임금으로 고생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10만원도 큰돈인데, 다른 피해자들은 신고조차 못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할 정도였다.

실제로 니안 씨의 경우와 달리 외국인 체류자의 경우 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이를 경찰에게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체류 허가 기간이 끝난 불법체류자의 경우 경찰 신고가 어렵다는 이유 탓에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경찰은 불법체류자가 범죄 피해 사실을 신고해도 출입국관리소 등에 이를 통보하지 않지만, 정작 이를 모르는 불법체류자들이 많아 그대로 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26일 ‘2017 출입국ㆍ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불법체류자는 25만1041명에 달한다. 전체 체류자 수(218만498명)와 비교하면 11.5%에 달한다. 지난 2013년 18만3106명에 그쳤던 국내 불법체류자 수는 지난 2014년 20만명을 넘어서는 등 상승세다. 지난 2016년도와 비교해도 1년 사이에 20.1% 증가했다.

이처럼 불법체류자 수는 늘어나고 있는데, 경찰에 신고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들은 각종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불법체류자 단속이 진행 중이라는 동료 외국인 노동자의 말을 믿고 따라나섰던 태국인 여성이 강도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고, 최근에도 난민 심사를 기다리는 예멘인들이 업주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하고도 신분상 이유로 항의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문제는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범죄 피해를 당했을 경우에도 지원받을 방법이 엄연히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통보의무면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범죄 피해를 신고하는 경우, 경찰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자의 신상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출입국관리사무소가 곧바로 추방하지는 않는다. 법무부는 성폭행이나 성매매 피해 여성, 소송, 임금체불 등을 겪는 불법체류자에게 G-1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해당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최소한의 체류를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해당 제도를 당사자인 불법체류자들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고 수사 과정에서 출입국사무소에 통보가 이뤄져 추방되는 사례가 있어 불법체류자들의 신고율은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와 인구밀집 장소 등에 통보의무 면제제도를 홍보하고 외국어로 된 팸플릿을 나눠주는 등 홍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인식률도 점차 나아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



[사진=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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