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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자폐인의 순수함…착한 화장품에 담았죠”
인터뷰가 끝난 후 오티스타 갤러리 스토어에서 화장품 어퓨와 협업 제품 성공을 이끌어낸 주인공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김남주 어퓨 IMC팀 사원, 김민주 오티스타 디자이너, 이소현 오티스타 대표.

-이소현 오티스타 대표가 말하는 ‘그들’
-사회적기업으로 자폐인들과의 동행
-자폐인 디자이너의 작품, 제품으로
-화장품 어퓨와 협업 제품 출시해 인기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 뷰티매장 한켠에 작은 화장품이 눈에 띈다. 하얀 케이스에 그려진 귀여운 호랑이 그림. 젊은 여성 고객들이 호기심을 보이자 매장의 매니저는 이 제품의 디자인은 자폐인 디자이너의 그림을 활용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다시한번 살펴보니 그림속 맹수는 웃고 있고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도 함께 미소를 띠고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근처 오티스타 사무실을 찾았다. 오티스타는 자폐인 디자이너의 작품으로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이곳 대표를 맡고 있는 이소현 이화여대 특수교육과 교수를 직접 만나봤다.

오티스타에 대해 묻자 그는 “이곳에서는 자폐인들이 그린 그림으로 디자인 제품을 만든다”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자폐인을 교육하고 이들의 작품을 다양한 제품에 담고있다”고 했다. 오티스타가 제품을 만드는 목적은 자폐인들의 그림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함이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자폐인이 어떻게 디자이너가 됐을까. 이 대표는 “자폐인들은 특별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아도 자폐성 장애의 특성 덕에 시각적 능력이 일반인보다 뛰어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며 “일상적 그림은 상품으로 만들만한 디자인적 요소가 부족하기에 디자인스쿨에서 일단 교육을 시킨다”고 했다.

최근에는 에이블씨엔씨 화장품 브랜드숍 어퓨와 함께 디자인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협업을 통해 선보인 이번 제품은 ‘마데카소사이드 크림’ 등 7품목이다. 어퓨 마데카소사이드 시리즈는 피부 진정과 손상 회복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호랑이풀(병풀) 성분을 함유했다. 민감한 피부에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이처럼 협업 제품에 호랑이풀 성분이 들어있다는 점을 착안해 자폐인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호랑이 그림이 디자인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협업 제품에 호랑이풀 성분이 들어있다는 점 등을 우리 (자폐인) 디자이너들에게 이야기 해줬는데 그중 김민주 디자이너가 그린 것이 바로 호랑이였다”고 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했던 어퓨 관계자는 현재 뷰티넷 사이트 내 어퓨 스킨케어 판매가 랭킹 1위에 올랐다고 귀띔했다.

자폐인 디자이너가 그린 다른 작품들도 살펴보니 동물, 건물, 자연 등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작품 중 일부에서는 정형화되지 않은 특별한 시각으로 그려진 것들도 눈길을 끌었다. 웃고있는 맹수 역시 그렇다.

이 대표는 “그들의 그림은 밝고 알록달록하다”며 “이번 호랑이 그림도 웃는 표정이다. 그만큼 이들이 보는 세상은 순수하고 밝다는 것”이라고 했다.

자폐인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자신의 재능과 상관없이 단순 노동을 하는것 보다는 그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게 해주고 그 일을 통해 사회속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다면 무상복지보다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폐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여기(오티스타)에 취업은 못했지만 다른 친구들이 취업해 활동하는 것만 바라봐도 큰 위로가 된다”며 “그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자폐인들도 사회화 교육만 받는다면 이들도 일반인처럼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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