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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회담]서해 완충지대 크기가 다르다…과도한 양보 논란
국방부가 오류를 인정한 서해 해상적대행위 중단구역. 실제로는 서해상 남북간 거리가 135㎞에 달하고 서해 NLL 기준 북측은 50㎞, 남측은 85㎞였다. [사진=국방부]
-군사분야 합의서 발표 뒤 “남북 40㎞, 40㎞로 똑같다” 밝혀
-‘실제 거리 남보다 북이 짧다’ 지적에 “단순 실수”라며 오류인정
-국방부 “특정 선 기준 상호 등가적 비교는 의미 없어”


[헤럴드경제=평양 공동취재단 김수한 기자] 남북 정상이 전날 합의한 서해 완충지대 크기가 공식 발표 내용과 달라 남측이 과도한 양보를 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발표 직후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의 발표 내용이 틀렸음을 인정했지만, “단순 실수”라고 해명해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국방부에 이어 청와대까지 나서 공식 발표했던 내용을 한 순간에 ‘실수’라며 뒤집는 배경에 남북간에 아직 완결되지 않은 ‘최대 난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이 19일 합의한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 중 ‘해상 적대행위 중단구역’의 서해 구간은 남북 길이가 당초 정부가 발표한 80㎞가 아니라 135㎞(북측 50㎞, 남측 85㎞)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전날 남측 송영무 국방부 장관,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 내용 중 서해 해상적대행위 중단구역의 남북 길이가 북측 40㎞, 남측 40㎞로 똑같다고 발표했다.

국방부는 합의서 서명 직후 해설자료를 배포해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던 동서해 해역을 포괄해 (남북 길이) 80㎞의 넓은 완충수역을 설정함으로써, 다시는 과거와 같이 우발적 충돌의 아픈 역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같은 주장을 펼쳤다. 최종건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서해 해상적대행위 중단구역과 관련 “정확하게는 그 길이가 북측 40여㎞, 우리 40여㎞로 돼서 길이가 80㎞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해의 대상 지역을 단순히 구글맵 등으로 확인해도 남과 북의 거리 차가 확연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실제 거리는 정부가 발표한 80㎞가 아니라 135㎞ 라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나왔다. 이에 국방부는 뒤늦게 서해 해상적대행위 중단구역의 남북 길이는 80㎞가 아니라 135㎞라고 정정했다.

아울러 국방부 측은 이와 관련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서해 NLL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것을 의식해 이 사안을 애초부터 감추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서해 NLL을 기준으로 보면 남과 북의 거리가 커 보이지만, 연평도를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북이 서해 완충구역을 논의할 때 기준점을 서해 NLL이 아닌 다른 지점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의혹은 곧 남측의 서해 NLL 포기 논란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인다.

국방부는 관련 논란이 확산되자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단순히 해역의 크기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완충구역 내에 북측은 황해도 남쪽 해안과 육지에 해안포와 다연장포병 등이 배치된 반면, 우리 측은 백령도 및 연평도 등 서해 5도에 포병화력과 서해상 해안포가 배치돼 있다. 북측 해안포는 108여문, 우리 측 해안포는 30여문”이라며 “해상에서도 황해도 인근 북측 경비함정이 우리측보다 수배 이상을 운용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를 특정 선을 기준으로 상호 등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언급한 ‘특정 선’이란 서해 NLL을 일컫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또한 “서해 해상의 경우 포병 및 함포, 해안포 등 군사적 위협이 집중되어 남북간 가장 군사적 긴장이 첨예하고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포괄한 것으로 갈등의 바다를 평화와 번영의 바다로 전환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며 “완충수역에서 제한되는 군사활동은 해상 함포사격과 함정기동훈련, 도서 및 육상의 해안지역 포병 및 해안포 사격 중단 등이 해당된다”고 밝혔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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