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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견서 한 장에 ‘무사통과’…퇴직 금감원 간부 70% 금융권 재취업

금감원 재취업처 금융권 74%
3년 취업제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도
‘직무관련성 없음’ 의견서 한장으로 끝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1. 지난 2016년 금융감독원의 A부국장은 L대부업체에 준법관리실장으로 재취업했다. 그는 퇴직 전 서민금융지원국에서 대출사기나 유사수신행위 등 대부업체에 관한 모니터링 업무를 했지만 금감원이 대부업체 인허가 업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재취업이 ‘무사통과’ 됐다.

#2. 저축은행 검사국에 근무했던 금감원 B 수석조사역은 퇴직 후 O저축은행에 상무로 들어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금감원 간부가 재취업시 취업심사를 받게 했지만 금감원은 대부분 ‘직무관련성 없음’이란 의견서를 낸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한 장의 의견서만을 바탕으로 취업가능 결정을 내렸다.

13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퇴직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금감원 퇴직 간부 중 111명이 금융권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ㆍ저축은행으로 재취업한 경우가 24명, 증권ㆍ선물 분야가 22명, 보험이 10명이었다. 기타 금융기관(14명)이나 금융유관기관(12명)에 재취업한 경우까지 합치면 금감원 퇴직간부 중 74%가 금융권으로 재취업했다.

공직자 윤리법은 4급 이상인 금감원 간부가 퇴직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3년간 금융회사 재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재취업을 목적으로 금감원 간부가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줄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융권에 재취업을 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위원회의 취업심사는 소관기관장의 의견서 한 장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구조다. 소속 기관장이 퇴직 간부들의 업무와 재취업 대상 회사가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의견서를 보내면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취업 가능 결정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 업무관련성에 대한 판단도 ‘이현령 비현령’식이란 지적이 나온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발생 직전인 2009년부터 2010년 까지 저축은행으로 재취업했던 간부 12명에 대한 의견서는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2009년 퇴직후 P상호저축은행으로 재취업했던 C씨는 퇴직 전 비은행검사국 상호저축은행팀에서 상시감시 업무를 총괄했다. 2010년 H저축은행에 감사로 재취업한 D 부국장도 퇴직전 3년 동안 비은행검사국에서 상시 검사 업무를 담당했다.

고용진 의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 금감원 고위간부들이 집중적으로 저축은행에 재취업한 것은 당시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은폐하고 금감원 검사를 막기 위해 간부들을 ‘모셔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가장 공정해야 할 금감원이 가장 불공정한 취업을 하고 있다”며 “금감원 간부들이 고액연봉의 일자리를 대가로 특정 금융사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면 엄격한 관리감독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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