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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변 비관 투신 모녀…구조된 딸의 오열“엄마는 어디에?”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
투신방지사업강화…감소폭 제자리
당국, 투신자살자 시도자 복지지원


지난달 22일 오전 8시18분, 112상황실에 특이한 전화가 걸려왔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한강 한가운데에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울 올림픽대교 다리 밑에서 어떤 사람이 빨간 무언가를 흔들고 있다는 신고 내용을 확인한 경찰은 한강경찰대에 확인을 지시했다.

순찰정을 타고 현장에 출동한 한강경찰대 소속 정규정 경사와 윤희조 경장은 올림픽대교 밑에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교각 우물통 위에 위태롭게 서 있던 여성은 연신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온몸이 강물에 젖어 떠는 여성을 발견한 이들은 곧바로 강물에 뛰어들었다. 여성이 안정을 찾고 나서야 정 경사와 윤 경장은 여성을 순찰정에 태울 수 있었다.

정 경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발견된 장소가 둔치에서 130m 이상 떨어져 일반인은 접근조차 힘든 곳이었다”며 “일반적으로 물에 빠진 경우에는 구명튜브를 던져 구조를 하지만, 교각 위에 위태롭게 서 있어 직접 강물에 뛰어들어 구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여성을 인근 광나루 계류장으로 이동시킨 뒤에야 경찰은 정확한 사고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조된 김모(23ㆍ여) 씨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며 다짜고짜 “엄마는 어디 있느냐”며 오열했기 때문이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김 씨는 이날 오전 5시께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신변을 비관해 천호대교에서 투신했다. 투신 직후 119 수난구조대가 출동했지만, 2시간여 만인 오전 7시30분께서야 천호대교 밑에서 숨진 김 씨의 어머니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함께 투신했던 김 씨가 물살을 따라 올림픽대교까지 이동하면서 소방당국이 김 씨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때마침 인근 행인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김 씨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 경사는 “한강에서 근무하며 매일 투신사고 신고를 확인한다”며 “김 씨는 구조했지만, 함께 투신한 어머니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너무 안타까웠다”고 했다.

9월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제정한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한국은 높은 자살률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한강은 투신을 하는 이들이 많아 지자체와 당국이 이를 막으려 다양한 예방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비극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의 ‘한강공원 사고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한강공원 일대에서 발견된 시신은 562구에 달한다. 지난 2014년과 2015년 각각 87건에 달했던 시신 발견 건수는 지난 2016년 86건, 지난해 79건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8월부터 119 수난구조대와 연계해 한강 내 교량 27개에서 발생하는 투신 자살시도자를 대상으로 복지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단순히 자살 시도자를 구조하는 차원에 그치지 않고 정신과적 문제나 사회ㆍ경제적 문제에 대해 함께 해결점을 찾고 지원한다는 차원”이라며 “검토 후 생계ㆍ주거 문제 등이 있다면 시가 나서 복지지원을 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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