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사과 및 조직적 여론 조성 활동 금지 권고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지난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 당시 경찰이 안전대책을 세우지도 않고 진압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 이후 진상규명보다는 공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여론조작 활동까지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위)는 5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위는 경찰청에 순직한 경찰특공대원과 사망한 철거민 등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2009년 1월 경찰이 서울 용산 지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이주대책을 요구하며 건물 옥상 위에서 ‘망루 농성’을 벌인 상가세입자들을 강제진압하면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용산참사 진상조사 진정서를 접수 받은 진상위가 안전조치 불이행 등 6가지 사항 등에 대해 검토했다.
진상 조사 결과 경찰은 당시 망루에 신나, 화염병 등 위험물이 다수 있고 농성자들의 분신이나 자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지만 안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애초 크레인 2대 등을 이용해 경찰특공대가 직접 공중에서 옥상으로 진입하여 망루를 해체하는 작전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실제 진압 과정에선 100t 크레인 1대만 왔을 뿐, 사다리나 소방차 장비 등 안전 조치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였다. 망루 진입 방법, 망루 구조 분석, 화재 발생 등에 대한 구체적인 대비책도 없었다.
이에 대해 경찰특공대 측이 작전 연기를 요청했지만 서울지방경찰청 측이 진압 작전을 강행했다. 결국 경찰특공대원들은 망루에 있는 신나 등 위험물의 양과 위치, 망루 내부구조 및 현장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 채 망루 진입작전에 투입됐다.
경찰특공대가 옥상에 진입하자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투척했고 이는 1차 화재로 이어졌다. 컨테이너와 망루의 충돌로 망루 내부가 무너지면서 망루와 옥상에 휘발성 물질이 가득 차자 경찰특공대원은 곧장 철수했다. 그러나 경찰특공대원은 별다른 안전조치 없이 곧바로 다시 진입했고, 곧이어 발생한 화재로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원 1명이 숨졌다.
진상위 관계자는 “경찰 지휘부가 상황 변화를 파악해서 거기 맞춰서 경찰 특공대원과 망루에 있는 철거민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지휘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다시 말하면 조기 진압 목표로 하다보니 안전이 희생된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직후부터 유가족 및 단체활동가들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각 경찰서 정보관들 동원해 ‘이동상황조’를 운영하고 여론 조작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대상으로 용산참사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했고 관련 게시글에 대해 하루 5건 이상의 반박글을 올리도록 했다. 진상위가 확인한 것만 인터넷 글과 댓글 약 740건과 여론조사와 투표 참여가 약 590건에 달한다.
청와대 측이 용산 참사 파장을 막기 위해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이메일을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7명의 여성을 연쇄납치하여 살인한 강호순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진상위는 경찰청에 순직한 경찰특공대원과 사망한 철거민들에게 사과하고 경찰의 조직적인 온라인, 오프라인 여론조작 활동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변사사건 처리 규칙과 경찰특공대 운영규칙 개정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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