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북특사단으로 방북하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왼쪽 두번째)이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조국 민정수석, 김의겸 대변인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연합뉴스] |
트럼프-김정은 ‘결단’ 끌어내기 방식
美 ‘선언 대 선언’ 초기조치엔 긍정적
실질적 이행단계 발전 여부는 회의적
비핵화와 체제보장 초기조치를 둘러싼 북미 간 기싸움을 중재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두 번째 대북 특별사절단이 또다시 ‘톱다운’ 전략을 취한다.
정부소식통은 4일 대북특사단이 비핵화 및 체제보장 초기조치에 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단’을 이끌어내고 대화를 통해 실무적으로 조율케하는 ‘톱다운식’ 전략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대북 특사단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와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의지를 확인한 뒤 북미 정상회담을 타진한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문재인 정부의 ‘톱다운’ 전략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초기조치 시점과 로드맵에 합의하겠다는 약속을 하면, 연내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받고 이를 ‘공식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최대 과제로 떠오른 ‘디테일의 악마’를 양 정상의 정치적 결단을 통해 푸는 접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에 당초 긍정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한 접근이기도 하다.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초기조치에 대한 정상간 ‘선언 대 선언’ 구조에 긍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북미 양 정상의 진전된 정치적 선언이 실질적 이행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대화에 정통한 워싱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초기조치를 비공식적으로 약속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수도 있지만, 실제 신고를 받고 이를 검증하려는 미 실무진들은 이를 신뢰하기는 어렵다”며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핵ㆍ미사일 신고 및 로드맵과 종전선언 이행시점을 극적으로 타진한다고 해도 실무레벨에서는 신고의 신뢰성 및 검증여부와 종전선언의 명시내용 등을 두고 마찰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지난달 판문점에서 북미 실무진 간 접촉에서 비핵화 초기조치 및 종전선언에 대한 양측 입장이 확인되지 않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행에 대한 성과가 없는 이상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덧붙였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만연한 상황이다.
특사단의 첫 번째 방북과 마찬가지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의지’를 공개할지도 미지수다.
워싱턴 소식통은 “6ㆍ12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미국은 유엔대표부를 중심으로 한 ‘뉴욕채널’을 비롯해 북한과의 여러 소통채널을 구축하고 직접대화를 하고 있다. 더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대북전담팀을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재개의 공을 문재인 정부에 넘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도 북미 대화의 성과에 대한 발표를 본인 이 공개적으로 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첫 번째 방북과 달리 두 번째 방북 결과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 북한과 미국에서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대북특사단의 김 위원장과의 면담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대북특사단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측 지도부와 만나 남북 정상회담 의제 중 하나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를 제안함으로써 문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중재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