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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천 네모녀 사망사건] 반복되는 가족살해…“가족은 내 것” 비뚤어진 소유욕이 화근
[연합뉴스]

-40대 가장 “빚때문에 가족 4명 살해” 자백
-비속살해 5% 차지…英ㆍ美 등선 1~2%
-“친권 집착 기인…가부장적 사고 바꿔야”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옥천 네 모녀 사망 사건의 범인이 이들의 가장인 것이 알려지면서 신변을 비관한 가족 살해 범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28일 충북 옥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중으로 모녀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A(42) 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 씨는 지난 25일 옥천읍 소재의 자택에서 A 씨의 아내(39)와 세 딸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불어난 빚을 감당할 수 없어 혼자 죽으려고 했지만, 남겨진 가족들이 손가락질 받을 것 같아서 견디기 힘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복부와 손목 등을 흉기로 찔렀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은 최근들어 수 차례 발생했다.

지난 4월 발생한 증평 모녀 사망사건은 남편의 부재를 힘들어하던 아내가 세 살배기 딸을 극약으로 숨지게 한 뒤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다. 지난해 2월엔 청주에서 신변을 비관한 50대 남성이 지적장애 2급인 9세 아들과 함께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같이 부모가 자식을 살해하는 ‘비속 살해’ 범죄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계의 정성국 박사가 2015년 발표한 ‘한국의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6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발생한 비속살해사건은 모두 230건으로 매년 30~40건 발생했다. 그러나 비속 살해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가 없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속 살해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비속 살해 범죄는 일반 살인사건으로 분류돼 별도의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정불화와 경제적인 어려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족살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특유의 가족 개념이 가족살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족 중심적인 사고와 혈연에 대한 집착이 있어서 ‘가족이 내 것’이라는 삐뚤어진 소유욕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친권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무소불위의 권리라는 강한 인식이 가족 살해로 이어지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의 대한 개념이 바뀌지 않으면 가족살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가족살해 비율은 외국에 비해 높다. 존속살해와 비속살해를 합한 가족살해는 전체 살인사건의 5%에 이른다. 반면 영국은 1%, 총기 소유가 합법인 미국은 2%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자존심이 낮은 부모가 자식을 통해 자신을 투영해서 보는 이른바 ’거울 효과’에서 비롯된 그릇된 인식이 작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자신이 없으면 불행한 삶을 살 것이라고 아이들을 설득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일종의 착각이자 망상”이라며 “가족살해범 대부분 가족들에게 기대는 의존성 장애가 많아 자살하더라도 가족을 데려가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자녀들의 양육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 아래 이를 뒷받침할 공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위기 가정이 극단적인 선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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