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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범죄자는 마스크쓰고 경찰은 얼굴 노출…“경찰 초상권은 없나요?”
21일 오후 ‘서울대공원 토막살인 사건’의 용의자 A(34)씨가 경기도 과천시 과천경찰서로 호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노출 꺼리는 경찰…“수사 방해 우려”
-초상권 침해 여부 두고 갈리는 목소리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은 대부분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다. 무죄 추정 원칙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정작 피의자를 호송하는 경찰관의 얼굴은 그대로 노출된다.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되는 경찰들의 사진, 이는 초상권 침해일까?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의 초상권과 관련된 법적 근거나 내부적인 매뉴얼은 없다. 피의자가 호송되거나 현장 검증할 때 함께 노출되는 경찰의 얼굴은 언론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선의 경찰관 대부분은 이를 내부적으로 꺼리는 분위기다. 자칫 향후 수사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하는 경감은 “수사경찰한테 자신의 신분은 무기나 다름없기 때문에 수사관 대부분 얼굴 노출을 꺼린다”며 “현실적으로 매번 언론사에 협조를 구할 수 없고, 피의자를 호송할 땐 그런 것을 신경 쓸 여력도 없기 때문에 관행적으로 신분 노출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잠복수사가 핵심인 마약수사계 등은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지만 강력수사계 쪽도 신분을 가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생기고 있지만 동의가 없는 한 모든 경찰관 얼굴의 노출을 막는 것이 장기적으로 옳다고 보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내부적인 우려과 불만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선 업무 수행 중인 경찰관의 얼굴 노출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초상권이라는 것은 공인 사진을 이용해 금전적인 이익을 취하거나, 일반인을 동의 없이 찍었을 때 적용된다”며 “경찰은 피의자 호송 때 언론 공개를 예상한 채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에 동의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무 수행 중인 경찰관의 사진을 촬영한 행위는 초상권 침해가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도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09년 11월 폭행사건의 피의자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대응에 불만을 품고 경찰관의 사진을 찍었다. 경찰관이 초상권 침해라며 사진 삭제를 요구하자 피의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초상권은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는 기본권이지만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에 의해 제한을 받고 있다”고 “특히 대중의 알권리의 대상이 되는 저명인이나 공적 인물의 경우 자신의 사진, 성명 등이 공개되는 것을 어느 정도 수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그 수인의 한도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 법원의 판례는 공개됨에 따라 초상권자의 명예가 실질적으로 훼손되는지 여부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관 얼굴 노출과 관련해 “피의자 호송이나 현장 검증 시 동행하는 경찰은 공무 수행 중이기 때문에 이를 개인정보로 보호되는 사생활로 보지 않는다”며 “공무원의 업무는 외부 노출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영역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 수행 중인 경찰의 초상권도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경찰관도 공무원이기 전에 한 개인으로서 초상권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 관계자는 “정당한 업무 수행 중이더라도 업무상 얼굴을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면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것이 옳다”며 “경찰관도 초상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동의 없이 경찰의 얼굴이 직접적으로 보도되는 것은 초상권 침해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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