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뉴스 방송화면. |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여의도와 용산을 통째로 개발하겠다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7주 만에 꼬리를 내렸다.
서울시장의 입에서 나온 부동산 개발 계획이 7주간 집값을 들썩이게 하는 등 서울 부동산 전반을 뜨겁게 달구고,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정부 안에서도 강한 우려가 쏟아지자 결국 진화에 나선 것이다.
박 시장이 시장 상황을 면밀히 고려하지 않고, 정부와 협의도 없이 ‘노른자’ 지역의 부동산 개발 계획을 발표해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 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은 지난달 10일 이른바 ‘싱가포르 선언’에서 나왔다.
박 시장은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 차 찾은 싱가포르에서 동행한 기자단에 여의도·용산 개발 청사진을 밝혔다.
그는 “여의도를 통으로 재개발할 것”이라며 “공원과 커뮤니티 공간을 보장하면서 건물의 높이는 높일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고, ‘여의도 일대 종합적 재구조화 방안(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또한 용산에 대해서는 “서울역∼용산역 지하화 구간에 MICE 단지와 쇼핑센터가 들어올 것”이라며 “철로 상부 공간을 덮고 대학 캠퍼스, 도서관, 병원이 들어서게 한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센강 좌안)’ 프로젝트와 유사한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발표 이후 여의도와 용산 일대 부동산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개발 기대감에 호가가 급등했다.
그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수차례 우려를 나타내며 여의도·용산 개발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여의도와 용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동산 상승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여의도 용산 통합개발은 도시계획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비사업적으로도 고려할 것이 많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동산 과열과 국토부의 잇따른 ‘제동’에도 박 시장은 한동안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시장은 김 장관의 발언에 한편으로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의도와 용산 개발은 오래전부터 구상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에서의 발언에 언론이 ‘오버’했다고 한발 발뺌을 하는 듯하면서도 한 달여에 걸쳐 여의도와 용산 개발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6일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토교통부와의 ‘엇박자’ 논란에 대해 “여의도 도시계획은 전적으로 서울시장의 권한”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동산 개발에 대해 국토보와 서울시가 공개적으로 주거니 받거니 이견을 보이며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와 서울시는 이달 3일 협의 기구를 발족하고 마주 앉았으나 갈등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이날 양 기관은 협력을 약속하면서도 여의도 용산 개발과 서울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세의 연관관계에는 이견을 보였다.
진희선 서울시 부시장은 “현재 서울시 주택 시장의 근본적인 불안요소는 지역 불균형에 따른 양극화”라고 진단하며 최근 발표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이 집값 상승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양 기관의 엇박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이달 초 대대적인 현장 합동점검에 나섰음에도 여의도와 용산은 물론이고, 서울 집값은 전방위적으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에는 어김없이 ‘박원순 효과’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에 김현미 장관은 이달 21일 올해 집값 급등 지역의 공시가격에 대한 큰 폭의 인상 계획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결국 서울시는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개발 계획이 나온 지 7주 만이다.
박시장의 ‘싱가포르 선언’이 집값 인상 등 부동산시장에 한바탕 혼란을 야기한 채 전면 보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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