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대신 PC방행 “오늘은 노는 날”
-일부는 PC방 ‘피신’…“시원하고 저렴해”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학교랑 학원 모두 쉰다고 해서 갈 곳이 없었어요. ” 19호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지나간 24일 서울 은평구의 한 PC방에서 만난 초등학교 5학년 최모(12) 군이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을 못 뗀 채 답했다.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을 24일 오전 9시, 최 군은 친구 세 명과 함께 PC방을 찾았다. 이들은 하루종일 이 곳에서 게임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태풍 솔릭의 한반도 상륙 영향으로 이날 전국 유치원ㆍ초ㆍ중ㆍ고등학교 8688여학교에서 휴업 또는 휴교령이 내려진 가운데 일부 학생들은 아침부터 학교 대신 PC방을 찾았다. 특히 태풍의 직접 영향을 피했던 서울, 수도권 학생들에게 이날은 그저 꿀맛 같은 휴일이었다.
서울 은평구의 PC방에서 홀로 축구 게임을 하고 있던 중학교 2학년 김모(15) 군은 “태풍이라고 학교가 쉬어서 너무 좋았다. 비도 별로 안 오고 집에 있으면 심심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어디 갈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1시간에 이용료가 1000원 안팎인 PC방은 학생들에게 가장 만만한 놀이터였다. 비를 피해 하루종일 이곳에 있을 예정이라는 아이들도 많았다. 고등학교 1학년 안모(17) 군은 “온종일 친구들이랑 게임하고 밥 먹어도 만원이면 된다. 게다가 시원하고 할 것도 많다”고 만족해했다.
오후가 되자 학생들이 더욱 몰려왔다. 출출해진 아이들은 직접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즐거운 표정이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PC방 주인은 “개학하고 이 시간에는 어른들만 있는데 오늘은 학생들이 많았다”면서 “태풍이 심하게 오지 않아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문도 못 열 뻔 했다”고 말했다.
한편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휴교령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걱정이었다. 직장인 윤모(42) 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친구 집에서 있으라 했다. 그래도 불안해서 2시간마다 잘 있는지 확인 전화하느라 일을 제대로 못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