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연예인 가족 리얼 관찰예능에는 하나의 패턴 같은 게 있다. 반응이 좋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논란이 생기면 당사자가 SNS에 “오해 없길 바래요”라는 글을 올리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설정이냐, 리얼이냐는 논란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오해다.
그런데 그런 오해는 대부분이 합리적 오해이고 생길 수 밖에 없는 오해다. 아무리 리얼예능이라 하지만 방송은 압축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런 관찰예능은 그 집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라 일어날법한 일을 보여주는 상황극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상황극에서는 출연자들의 평소 표현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김재욱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서 하차하면서 “어머니가 미용실 일 때문에 바빠 우리 집에 1년에 한번밖에 오지 않는다”면서 며느리를 괴롭히는 집안이 아님을 해명했다. 그는 자신의 집을 “악랄한 집안 만드는구나”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둥지탈출3’에 출연 중인 아역배우 김수정은 아버지의 지난친 딸 감시가 논란이 되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조금이나마 오해가 없어지셨으면 좋겠고 저희 가족은 문제없이 화목하게 지내고 있으니 더 이상 근거 없는 소문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21일 방송을 보면 김수정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오는데, 이걸로 의견을 댓글로 올리는 시청자에게 “오해 하지 말기를”이라고 말하면 뻘쭘해지 않을 수 없다. "동생 붙이는 아빠가 있을까"라는 말을 한 것은 김수정 자신이다. 김수정 아버지의 모습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는 토론이 아니라, 이 모습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버리면 방송을 봤던 사람은 뭔가? 그럼 프로그램 PD를 비난해야 하는 것인가?
리얼예능에서 이런 모습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출연자가 유명해지고는 싶고, 비호감은 되기 싫은, 지극히 상식적인 원리때문이다.
김재욱은 ‘개그콘서트’로 자신을 알렸지만, 전국구 연예인이 된 것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통해서였다. 가족까지 함께 해 지명도를 더 높이고 싶었던 의도를 탓하는 게 아니다. 연예인이라면 그런 의도는 반드시 가져야 한다. 하지만 논란이 됐을 때도 상식적으로 대응하는 매너 정도는 지녀야 한다.
‘짝’이나 ‘동상이몽1’, ‘안녕하세요’에 출연하는 일반인들은 잘 몰라서 그런 글을 올릴 수 있지만, 연예인들이 하는 건 좀 그렇다. 다양한 플랫폼이 작동하는 시대에는 일반인들도 이런 메카니즘 정도는 알고 방송에 출연해야 한다.
‘하트시그널’ 논란도 예고된 거다. 썸의 향방이 거의 결정된 상황에서 무작위로 뽑힌 남녀를 1박2일로 여행하게 해놓고 최종 선택과 결정이 바뀌는데, 한마디도 안하고 넘어가 “논란이 없었다”는 식의 결론이 가능할까?
앞으로 이런 식의 소모적 오해와 논란의 패턴이 반복된다면, 이것도 방송계에 나타난 일종의 ‘내로남불’이라 할 수 있다. 리얼관찰예능에 “오해 없길”이라는 해명 글도 숙고해보고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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