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회적 논란된 안희정 판결’…판결문 전문 통해 재판부 입장 살펴보니
굳은 표정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연합뉴스]

-피해자 A 씨 증언 ‘받아들이기 힘들다’ 판단
-정황과 피해자 진술 일견 불일치 주장
-피해자 측 “왜 듣지도 않을 거, 물어봤냐” 반발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 재판은 무죄추정의 원칙이 크게 작용했다. 재판부는 혐의를 놓고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릴 때는 상당 부분 안 전 지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모습이었다. 성폭행 피해자 A 씨의 진술과 관련해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다”는 판단이 수차례 언급됐다.

22일 참고한 안 전 지사의 1심재판 판결문은 안 전 지사가 A 씨에게 가했다는 혐의를 받은 ‘위력에 의한 성추행’에 대해 인정하지 않았다. 안 전 지사의 정치인으로서의 사회적 명망을 인정했지만, 안 전 지사가 A 씨와의 관계에서 이같은 위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은) 기분에 따라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가요’, ‘~줘요’와 같은 나이와 직급이 낮은 A 씨를 존중하는 표현을 종종사용했다”면서 “(A 씨와 피고인은) 소통해온 대화도 상당히 많이 있어 피고인이 A 씨에게 기본적으로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안 전 지사를 수평적인 인물로 평가했다. 위계에 의한 성폭행이 있었다는 공소 사실에 대해서, 재판부가 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코피를 흘리는 운전수행비서를 대신해 운전을 하기도 했고, 직책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흡연자들과도 어울려 담배를 피우는 것에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서 수차례, A 씨의 주장은 ‘(상황과) A 씨의 증언 진술이 불일치한다’,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이 다수 보인다’는 판단을 적시했다.

주로 당시 정황에 따른 A 씨의 반응이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물증 없이 피해자 진술에 따라 진행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재판부의 이같은 판단은 판결 내용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2017년 9월경 발생한 스위스 제네바 출장 당시 간음 혐의에 대해 적시한 내용이다. 재판부는 해당 혐의에 대해 “(피해자가) 간음행위가 있은 후 불과 몇시간이 경과한 시간 절친한 지인에게 카카오톡으로 ‘오빠 뭐해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지인이 A 씨의 근황을 묻자) ‘그냥 지사님이 있는 출퇴근이 있는 세상 / ㅋㅋㅋㅋㅋ’ 등 특별한 용건 없이 일상적이고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으며 피고인에 대한 호감을 표현했다”고 했다.

현재 여성단체와 진보진영은 안 전 지사의 판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350여 개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결성한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끝장집회가 열렸고, 안 전 지사 판결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을 비판했다. 여성계에서는 “여성들이 겪는 ‘위력’ 상황을 재판부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A 씨도 18일 집회에서 변호인을 통해 “검찰이 재차, 3차 검증하고 확인한 증거들을 읽어보셨나.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을 거면서 제게 왜 물으셨냐”면서 “가해자의 증인들이 하는 말과 그들이 낸 증거는 다 들으면서 왜 저의 이야기나 어렵게 진실을 말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았나”라고 일갈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서는 석연치 않은 부분들도 다수 보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된 추가적 주요 정황”이란 별도의 항목을 구성하면서 “위력에 의한 간음ㆍ추행의 점에 부합하는 듯한 피해자의 증언ㆍ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면서 A 씨와 운전비서 P 씨 사이의 갈등을 소개했다. 업무상 위계관계가 분명한 안 전 지사와 피해자 사이의 관계를 운전비서와 A 씨의 관계에 빗대서 설명한 것이다.

재판부는 “P가 피해자의 등, 팔, 어꺠를 툭툭 치거나 만지는 행위, ‘여자 수행비서하고 차에 단둘이 타니 좋다. 내가 출퇴근 시켜줄게. 우리집 옆집으로 이사와라’ 등 표현을 하면서 A 씨가 불쾌감을 느꼈다”면서 “A 씨는 P의 언행과 관련해 불쾌감을 표시했고, 지인에게도 ‘P가 자꾸 날 만진다’고 피해를 호소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 재판부는 “피해자는 성적 주체성을 갖추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지하면서 자기 책임 아래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하고 성숙한 능력이 있다. … 피해자의 성적 자존감과 주체성이 결코 낮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를 “(피해자가) 소심하여 자신의 의사를 잘 밝히지 못하고 결단럭이 없는 자세의 소지자인 것을 상정하여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이라는 취지의 검사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풀었다.

서울 서부지방검찰청 여성아동범죄 조사부는 지난 20일 안희정(53)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혐의 무죄판결에 항소했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혐의는 향후 2심에서 행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zzz@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