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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조현용 경희대 교수] 약주와 독주
술은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액체입니다. 신에게 바치는 물건에 술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제사에서도 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조상님께 술을 바치기도 하고, 후손이 나누어 마시기도 합니다. 술은 조상과 후손을 연결해 주는 끈이기도 합니다. 반면 술은 위험한 물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용한 것도 분명합니다. 실제로 치료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알코올이기 때문에 소독을 위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고통을 잊게 만들기 위해서도 사용합니다. 또는 진짜로 약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신경통을 치료하기 위해서 솔잎 등에 소주를 부어 솔잎주를 담그기도 하고, 뱀이나 인삼 등에 술을 부어 뱀술이나 인삼주를 만들기도 합니다.

술은 즐거운 것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잔치에 빠질 수 없는 물건이기도 하지요. 예수님이 처음 행하였던 기적이 결혼식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것이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술을 높여서 말할 때 약주라는 표현을 씁니다. ‘언제 약주 한 잔 하시죠’라는 표현은 ‘서로에게 약이 되는 술을 마시자’는 의미입니다. 술을 마시되 약이 되게 마시라는 바람을 담은 겁니다.

약주는 한자는 다르지만 약주(弱酒)이기도 합니다. 즉 약한 술입니다. 보통은 와인 이하의 도수를 말합니다. 와인이나 정종, 막걸리, 맥주 등이 여기에 속하겠네요. 독한 술은 처음부터 약주가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은 술이 세기 때문에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도 실수의 기억이 많고, 기억이 나지 않는 일 때문에 괴롭기도 합니다. 약주를 약처럼 만들려면 독한 술은 안 됩니다. 독한 술을 많이 마시면 더욱 안 되겠죠. 약한 술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이기지 못할 양을 마시면 독주가 됩니다.

독주 역시 한자는 다르지만 독주(獨酒)는 좋지 않습니다. 혼자 마시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술은 관계를 위해서 관계 속에서 마십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혼자 술을 마시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는 독주를 마시는 겁니다. 술의 도수와 상관없이 혼자서 마시는 술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독주가 버릇이 되면 그것만큼 위험한 게 없습니다. 기분이 나쁠 때 마시는 술도 위험합니다. 화를 다스리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화를 돋우기도 합니다. 그래서 술이 죄를 부르기도 하는 겁니다. 혼자 괴로울 때 술을 마시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자주 나와서 별 문제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달리 괴로움을 표현할 방법이 없는 작가의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음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나에게 더 이상 술이 약주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술을 자제해야 합니다. 약주가 아니면 곧바로 독주이기 때문입니다. 술을 금지시킨 종교는 술이 독이 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술이 술을 부르고, 술이 죄를 부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한 겁니다. 저는 술이 약주이기 바랍니다. 약주는 많이 마셔서는 안 됩니다. 약의 남용은 곧 독입니다. ‘약주 한 잔 하실까요’라는 말이 보여주는 세상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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