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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간첩누명 피해자 아들ㆍ사위도 국가가 배상해야”
-“간첩 가족 낙인, 정상적인 직장 생활 어려웠을 것”

[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가족도 누명으로 인해 재산상 손해를 봤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는 1980년대 초 ‘남매 간첩단’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나수연ㆍ나진 씨와 가족 등 1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수연 씨 아들과 사위에 대해 재산상 손해배상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대법원은 국가가 수연 씨와 진 씨에 대해 각 8억 원과 8억 5000만 원을 위자료로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은 옳다고 봤다. 또 두 사람의 다른 자녀들과 며느리 등 10명의 가족들은 각각 1억~5억 원의 위자료를 받게 됐다.

수연 씨의 아들 A씨와 사위 B씨는 국내 명문대를 졸업한 뒤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지만, 1981년 수사기관이 ‘남매 간첩단’을 검거했다며 나 씨 남매의 개인정보를 발표한 뒤 근무하던 회사로부터 사직 압박을 받았다. 특히 B씨의 경우 돈을 받고 회사 거래처 명단을 내줬다는 실명 보도도 나왔다. 결국 이들은 1982~1983년 각각 회사를 그만뒀다.

2심 재판부는 국가가 A씨와 B씨의 재산상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공무원이 고의 또는 과실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피해자가 입은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배상 책임을 진다”며 “두 사람은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것이 아니라 사직한 것으로 보이고, 부당하게 해고당했다 해도 해고의 주체는 소속 회사이지 국가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가족도 누명으로 인해 재산상 손해를 봤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12일 밝혔다. [사진=헤럴드경제DB]

그러나 대법원은 나 씨 남매의 간첩 누명과 AㆍB씨의 사직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남북한이 대치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고정간첩의 아들, 사위라는 사실 및 회사의 정보를 유출한 사람이라는 낙인으로 인해 원고들이 학력ㆍ경력에 걸맞은 직장에 취업하여 정상적인 직업생활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봤다. 실명 오보로 인해 B씨가 수사 받을 뻔한 정황도 고려했다.

나 씨 남매는 1981년 불법 체포된 뒤 수사기관의 고문을 받고 ‘월북한 적이 있다’고 허위 자백했다. 간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두 사람은 1988년까지 약 7년 동안 옥살이를 했고, 재심을 청구해 2014년 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ye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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