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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의 사회학⑮]“최악의 폭염에 점심 손님 뚝”…이대앞 노점상 ‘잠정휴업’
[8일 이대 앞 길거리 음식 노점상 중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은 ‘이대 깻잎 떡볶이’ 한 곳이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더워도 너무 더워…점심시간에도 손님 없어”
-이달말 일제 철거, 건물 입주…단골들 “아쉬워”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이화여대 정문 앞 명물로 불리던 길거리 음식들이 연일 이어진 폭염 속 방학까지 겹치며 대부분 잠정 휴업에 나섰다. 점심 시간이면 몰려들던 학생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조차 뜸한 거리엔 15년째 자리를 지켜온 이대 깻잎 떡볶이 한 곳만이 점심 장사를 하고 있다.

8일 점심시간대에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대 정문 앞길엔 학기 중 거리를 가득 채우던 길거리 음식 노점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소 같으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태국ㆍ베트남ㆍ일본 길거리 음식들을 팔고 있는 노점상이 즐비해야할 거리지만 대부분 노점이 좌판을 접은 채 방치된 모습이었다.

이날 이대 정문 앞 거리에서 유일하게 장사를 한 이대 깻잎 떡볶이 역시 손님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대 앞에서만 15년 장사를 해온 최영자(53) 사장은 “7월에 33도 정도 찍을 때 휴가를 다녀오면서 돌아오면 조금 덜 덥겠지했는데 이렇게 폭염이 올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점심 시간이 한창인 정오부터 1시 동안 노점상을 찾는 손님은 10명 남짓에 불과했다.

최 씨는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장사하며 단골들이 생겨 방학에도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비교적 최근 생겨난) 다른 노점상들은 폭염에 방학까지 겹친 이 시기 장사를 접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설명도 했다. 35도 폭염 속 햇빛이 따갑게 내리쬐는 거리에서 김 나는 떡볶이를 끓이고 튀김을 튀겨내는 최 씨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8일 이대 앞 길거리 노점상 중 유일하게 문을 연 ‘이대 깻잎 떡볶이’.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외출조차 꺼려지는 무더위에도 노점을 찾은 몇몇 단골들은 이달말 완전히 사라지게 될 이대 앞 노점상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대 앞 보도블럭 보수 공사와 함께 인근 노점상 일부가 이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전한 노점상은 신촌역 기차역 앞에 신설한 3층짜리 컨테이너 건물(박스퀘어) 1층에 가게 형태로 입주하게 된다. 2층은 청년창업공간이 들어서고 3층에는 호프집도 생길 예정이다.

인근 주민이자 단골손님인 윤영우(38) 씨는 “학생들의 추억이 있는 곳인데 새학기 시작 전에 사라진다니 아쉽다”며 “멀지 않은 신촌역 기차역 앞으로 옮기는 거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면 가는 이들이 줄지 않을까”하고 걱정했다. 윤 씨는 “또 올테니까 걱정마라. (없어지기 전에) 다음주에 또 올 것”이라며 최 씨에게 거듭 당부하고 떡볶이와 순대 등을 포장해 자리를 떴다.

이날 점심 메뉴로 떡볶이와 순대를 선택한 대만 관광객 위린(37) 씨와 가족들도 다음달엔 길거리 노점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대만도 노점상이 굉장히 많고 유명한 관광명소가 된다”며 “노점에서 먹는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져 안타깝지만 새로 옮기는 장소를 좀 더 알리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춥던 거리를 떠나 정식 간판을 달고 영업할 날이 머지 않았지만 최 씨에겐 아쉬움도 남는다. 그가 방학에 폭염까지 겹쳐 장사가 되지 않는데도 꿋꿋하게 좌판을 벌이는 이유도 그런 아쉬움 탓이다. 최 씨는 “이제 좌판을 가져갈 수가 없어서 고물상에 팔아야 하는데…. 추억이 사라지니까 아쉽다”라며 묵묵히 빈 거리를 지켰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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