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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 한달…달라진 일상②] “시원하면 최고지”…남녀노소 ‘양산’ 홀릭
아침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양산을 쓰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양산 매출 90% 급증…일본서도 양산男 유행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 1. 3년차 직장인 김모(29ㆍ여) 씨는 최근 들어 양산을 챙기기 시작했다. 외근할 일은 거의 없지만 출퇴근길의 뜨거운 햇빛을 견딜 수 없는 것. 양산으로 작은 그늘이라도 만들어 더위를 피하겠다는 맘으로 양산을 손에 쥐었다.

김 씨는 “양산은 아주머니들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폭염이 너무 심해 양산을 찾게 됐다”며 “처음엔 좀 쑥스러웠는데 주위에서 의외로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 이젠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다.

# 2. 직장인 주모(35ㆍ여) 씨도 얼마 전 큰 맘 먹고 양산을 구입했다. 외출할 때마다 선글라스를 끼거나 부채로 얼굴을 가리곤 했지만 역대 최악의 폭염을 견디기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주 씨는 “햇볕이 너무 뜨거워 걷기가 어려울 정도였는데 친구 양산을 한 번 써보니 효과가 큰 것 같아 구입하게 됐다”며 “중년 여성들이 왜 여름마다 양산을 썼는지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살인적인 폭염이 계속되면서 중년 여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양산이 필수템으로 떠올랐다. 과거 40~50대 이상의 여성 고객들이 즐겨 찾던 양산은 최근 들어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쇼핑몰에선 양산 매출이 크게 올랐다. 현대백화점에선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양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대비해 89.7% 늘었고 신세계백화점에서도 같은 기간 우ㆍ양산 매출이 전년대비 154% 증가했다.

실제로 양산은 체감온도를 3~7도 가량 낮춰주고 탈모 방지와 자외선 차단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효과가 알려지면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양산을 찾는 추세다.

직장인 성모(38) 씨는 “양산은 어머니들만 쓰고 효과도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이용해보니 얼굴과 머리가 덜 뜨거워서 살 것 같다”며 “더위 피하면 됐지 남의 시선은 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12일~25일 양산을 구매한 남성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11번가에서도 남성들의 양산 구매가 167% 늘었다. 양산을 구매한 남성 중에는 40대가 35%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3%, 50대가 15%로 그 뒤를 이었다.

구매 고객 중 20대 남성은 11%에 그쳤으나 구매 신장률은 무려 238%에 달했다. 폭염이 보름 이상 지속되면서 젊은층마저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악의 폭염이 지속되는 일본에서도 열사병과 온열질환 대책으로 ‘남자 양산쓰기 운동’이 퍼지고 있다. 사이타마현은 지난해부터 온난화대책과 직원들이 중심이 돼 ‘양산 쓴 남자 확대운동대’를 구성해 대원들이 출퇴근시 양산을 쓰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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