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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는 상권, 뜨는 상권①]높은 임대료ㆍ미군기지 이전…이태원의 ‘내리막길’
‘서울 1호 관광특구’ 이태원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 미군 기지 이전이 원인으로 언급된다. 사진은 이태원 일대 모습. [사진=헤럴드DB]
-터줏대감 떠나가고 주점 등 유흥업소만
-주말 오후 쏠림현상 심화…운영구조 불안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지금의 이태원을 일군 주역들은 임대료를 감당 못해서 나갑니다. 빈 자리엔 가맹점, 유흥주점만 듬성듬성 생깁니다. 이대로 고유성이 사라질까봐 걱정입니다.” (50대 자영업자)

‘서울 1호 관광특구’ 이태원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해외 방문객이 줄 지어 찾아오고, 이에 따른 이국적인 분위기를 쫓아 국내 방문객이 몰려드는 선순환이 차츰 옅어지는 상황이다.

9일 서울연구원의 관광업계 체감경기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관광특구의 올해 2/4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100 기준)의 80 수준이다. 특히 요식업의 매출액은 50 정도로 반토막이 났다. 의류업과 숙박업의 매출액도 각각 70~80 수준으로 암담하다. 올해 2/4분기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70~75 정도다.

이태원의 불황에는 임대료의 상승, 용산 미8군의 평택 이전 등이 원인으로 언급된다.

이 가운데 서울연구원과 상인들이 꼽은 가장 큰 문제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임대료다. 비싼 돈을 내지 못한 소상공인이 하나 둘 떠나면서 상권이 쇠락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기준 경리단길(이태원2동)의 폐업률은 5.1%다. 서울 도심 평균(3.6%)보다 1.5%p 높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11.8%로 서울 도심 평균(4.4%) 대비 7.4%p 크다. 지난 4월 이태원을 떠난 자영업자 김모(49) 씨는“심할 땐 임대료가 한 분기 사이에 20%가 올랐다. 마지막 몇 개월간은 손바닥만한 가게인데도 매월 300만원을 넘게 냈다”며 “공실률에 따라 임대료가 차츰 떨어진다고는 하나, 그러기엔 이미 너무 높아졌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성있는 업소는 사라진다. 눈에 띄는 곳 중심으로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 가맹점 혹은 실내포차, 주점 등 유흥업소만 들어선다.

이태원의 주말 늦은 시간대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남는 것은 불안정한 운영구조, 유흥업소 방문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이라는 지적이다. 이태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7ㆍ여) 씨는 “이태원은 원래 세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으로 차별성을 가졌다”며 “최근 화장품점, 주점만 우후죽순 생기면서 단순 유흥지역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용산 미8군의 평택 이전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악재다.

특히 미군 중 단골이 많은 의류ㆍ신발 업소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태원 내 신발업소 관계자는 “미8군 이전이 예전부터 나온 이야기인만큼 상인들도 대비는 했다”며 “이태원 상권의 외국인 비중을 30%로 보고 더 큰 손해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예상보다 공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용산구도 이런 상황을 알고 이태원 활성화를 돕기 위해 각종 방안을 내놨지만 상인의 반응은 냉담하다.

대표적인 건이 한복 차림으로 업소를 찾을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관계자는 “이태원에는 고궁도 없고, 되레 한식보다 양식이 많은 곳인데 과연 어울리는 방안인지 모르겠다”며 “우리도 최선을 다할테니, 구에서도 관광정책을 고안할 땐 지역 특수성과 상황을 좀 더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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