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면 사진)
최근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육상양식장에서 집단 폐사한 넙치가 박스에 쌓여 있다. 동해 연안이 기록적인 폭염 탓에 아열대 바다처럼 변했다. 기장군 등은 수온상승으로 폐사한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와 피해규모 파악에 나섰다. [연합뉴스]

바다기온 상승…명태 ‘멸종위기’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서 국내 농작물 재배 지도가 바뀌고 있다. 조만간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하는 대표적인 아열대 과일인 망고나 바나나를 ‘국산’으로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바다 기온이 크게 오른 가운데 남한 인근에서 명태가 ‘멸종위기’에 가까워졌다. 반면 고등어와 멸치 등 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증가하는 등 대표적인 수산자원에 변화가 나타났다.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 매년 급증=7일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께가 되면 경지 면적의 10.1%가 아열대 기후에 속한다. 이어 2060년이면 26.6%, 2080년이면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사실상 아열대 기후권에 자리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망고, 바나나, 용과 등 아열대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미 아열대작물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일부 재배되고 있다. 이 면적은 2015년 362㏊에서 지난해 428.6㏊로 18%나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2년 뒤 2020년이면 이 면적은 100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열대와 온대 사이(위도 25∼35도)에 있는 아열대 지역으로는 아라비아, 파키스탄, 칼라하리 사막, 오스트레일리아 내륙 사막, 중국의 화남평야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전역(산간 제외)과 남해안 일부가 해당한다. 그러나 온난화로 한반도 곳곳의 겨울 날씨가 점차 따뜻해지면서 이 ‘아열대 선’이 점차 북상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이미 충남 당진에선 아프리카 북동부가 원산지인 아열대 채소 오크라를 재배해 시판 중이고, 제주는 물론 전북에서도 애플망고가 재배되고 있다.

무엇보다 전국 주요 권역의 연 평균 기온은 최근 40여 년 사이에 1도 안팎으로 상승함에 따라 농작물 재배 면적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주요 권역의 2017년 연평균 기온을 1973년과 비교하면 기온 상승 폭은 제주권이 1.14도로 가장 컸다. 이어 수도권 0.91도, 강원권 0.90도, 충북권 0.83도, 전북권 0.63도, 경북권 0.63도, 경남권 0.57도, 전남권 0.54도, 충남권 0.34도씩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남한 해역 수온 50년 사이에 1.12도 상승=통계청의 ‘기후(수온) 변화에 다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어선이 연근해 어업으로 잡은 명태 어획량은 1986년 4만6890t에서 작년 1t으로 급감했다. 동해안 해역 수온이 상승하면서 명태가 북태평양으로 이동한데다가 어린 치어(노가리) 남획으로 자원량이 부족해져 2000년부터 어획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남한 주변 표층 수온은 최근 50년 사이에 1.12도 높아져 상승 폭이 전 세계 평균(0.52도 상승)의 약 2.2배에 달했다.

통계청은 “어획량 변화는 기후(수온) 변화 이외에 어선·어구발달, 남획 및 중국어선 불법조업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나 일부 어종은 기후(수온) 변화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늘어나기도 했다. 고등어류는 1970년 3만6256t에서 2017년 11만5260t으로, 멸치는 같은 기간 5만4047t에서 21만943t으로 각각 증가했다. 이에 따라 동해권(강원·경북)에서는 1970년에 풍부하던 명태, 꽁치, 도루묵 어획량이 크게 줄었고 전갱이류는 같은 기간 21t에서 2373t으로 급증하는 등 대표적인 수산 자원도 변화했다.

배문숙 기자/oskymoon@